정윤천 시인, '발해로 가는 저녁' 시집 펴내
정윤천 시인, '발해로 가는 저녁' 시집 펴내
  • 조현옥 편집위원
  • 승인 2019.07.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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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시집... 새로운 서정시의 목소리 담아
발간 일주일 만에 초판 매진된 화제의 시집...남도 시단에 새 울림

지난 1990년도에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문단에 선을 보인 이후 <실천문학> <창작과 비평> <문학 동네>등 국내 유수 출판사들에서 간행된 시집들을 통해 일관된 시 세계를 묵묵히 견지하여 왔던 전남 화순 출신의 정윤천 시인(59)이 9년만에 여섯 번째 시집을 선보였다.

'제13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시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시집에, 지난해 그에게 주어졌던 수상작품들이 게재되어 있다.

'윤동주 서시 문학상'과 '지리산 문학상' 수상작 위주의 시집 출간을 시작으로 최근 출범한 <달쏘 (달을 쏘다)> 출판사에 따르면, 시집 발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돌입할 정도로 이 시집에 대한 문단의 관심이 뜨겁다..

정윤천 시인. ⓒ정윤천
정윤천 시인. ⓒ정윤천

정윤천 시인은 한동안 문단과 동 떨어진 개인 사업에 종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삼년 전부터 다시 시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정 시인은 "한동안 시와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있던 그에게로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시 강의를 맡아 달라는 제안에 응하게 되면서부터 그동안 잠들어 있던 시혼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처음엔 강의도 창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애를 먹어야 하였습니다. 막상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에 서다보니 창작은 물론이려니와 시에 관한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게 되더군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마침 그 시기에 사업이 쇠락해 가면서 빡빡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밤에는 자주 이런 저런 꿈에 시달리기도 하였는데, 주로 동전을 줍는 꿈을 많이 꾸게 되었어요. 흔한 잡석을 주워서라도 손바닥을 펴면 예의 동전으로 바뀌어져 있곤 하였습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한 서너 달 동안을 그런 장면으로 시달리다보니, 동전과 관련된 유년의 기억이 하나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결국은 '루마니아 동전'이라는 시집 속에도 들어있는 한 편의 시를 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거의 단편소설 분량이 되었던 장시가 태어났던 겁니다. 그것을 다듬고 덜고 마름질해대던 강물 같은 시간이 흘러갔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 시를 쓴다는 의미의 본령들이 미명 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드러나기 시작하더군요.” 이번 시집의 탄생 과정을 소개했다.  

그렇게 그에게선 소위 시라는 개념의 본질이,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 느낀 것, 지닌 것 등이거나 혹은 말하고 싶은 것들에 관한 복기나 문자 놀음으로서가 아니라, 비어버린 것, 남은 것, 남아있지 않은 것들의 순식간의 곁을 한달음에 꿰뚫고 날아 가버린 화살이거나 빛이거나 한 줌 재와도 같았던 것들에 관한 전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풀어냈다.

이경림 시인은 정 시인의 이번 시집에 대해 “정윤천의 말들은 온몸으로 살아낸 자리에 피어난 씀바귀 꽃 같다. 신산한 누대의 삶들이 즐비하게 누운 들판에서 누군가 나직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같다. 그것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만난 키 작은 풀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들을 그는 잊혀져가는 모국어로 맛깔나게 노래한다"고 평가했다.

또 "내 어머니는 사라진 해동성국 발해라고. 이 들판을 한 없이 걸어가면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는 미쁘장한 여자 발해가 있다고. 나는 가느다란 발목을 가졌던 여자, 사라진 발해의 아들이라고. 해서 그의 언어는 먼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고어처럼 신비롭고 낯설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시인은 "그것이 발해라는 시간의 소서사이며 이 민족의 대서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보여주고 있는 그 소소한 일상들은 사라진 시간의 저편과 닿아 있고 그것은 내 존재의 뿌리 어머니에서 비롯된다. 깊이 있는 사유와 노회한 비유, 돌올한 말의 운용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시집에 당분간 붙들려 있을 것 같다“ 고 표지 글에 해설을 담았다. 

유종인 시인도 정 시인의 시집에 담긴 해설에서 “정윤천 시인의 시적 안목은 소멸의 운명과 신생의 갈림길에 놓인 풍속적인 존재의 현황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심리적 공생의 변환물로 만들어 보여주는데 능란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 시인은 줄곧 기억의 현장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며 격절(隔絶)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인상(impression)적인 경험들을 현재의 심리적 건축물로 재생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시인의 줄기차고 늡늡한 기억과의 조우와 시적 환대(歡待)는 단순히 과거 회고주의에 대한 영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정 시인의 시 세계를 짚었다.

유 시인은 이번 정윤천 시인의 시집 표제작이자 지난 해 지리산 문학상의 주요 수상작품이었던 <발해로 가는 저녁>에 나타난 시의 발상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병동의 복도는 사라진 나라의 옛 해안처럼 길었고/ 발해는 거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이 물새처럼 가늘어 보여서 마침내 발해였을 것 같았다/ 사직을 닫은 해동성국 한 구가/ 미처 닿지 않은 황자나 공주들보다 먼저 영구차에 오르자/ 가는 발목을 빼낸 자리는/ 발해의 바다 물결이 와서 메우고 갔다 발해처럼만 같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 후반부

정윤천 '발해로 가는 저녁' 시집 표지 그림. ⓒ달쏘출판사 제공
정윤천 시인의 '발해로 가는 저녁' 시집 표지 그림. ⓒ달쏘출판사 제공

유 시인은 "시 공간의 초월과 그 교감적 공생, 서사시적 대상과 서정적 상관물의 겹침(overlap)을 통한 알레고리적 상황의 탄생, 시적 서술 화법의 반복을 통한 뉘앙스의 발생 같은 매우 유의미한 방법론이 <발해로 가는 저녁>에는 늡늡하고 유장하게 저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의법적 관점에서의 발해(渤海)의 환생(rebirth)은 국가와 개인이라는 대척적이고 대칭적인 상관성을 하나의 유기체적인 관점에서 쇠락하는 존재의 숙명적인 비유(metaphor)로 환원해 내는 저력을 선보인다"고 해설했다. 

정윤천 시인은 현재 두 곳의 강의를 맡아 시 창작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마주친 시의 공감각들과 시에 대한 문제의 의식들에 관하여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 <스포츠 한국>에 격주로 '정윤천의 시로 읽는 세상'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정윤천 시인은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된 후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과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광주 전남 작가회의 부회장 계간 <시와 사람> 편집주간 등을 역임했으며 은행나무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목차]

1부 내가 읽었던 가장 아름다운 시의 제목

초년 _ 013

마루 _ 014

달에게 미안했다 _ 015

좋은 날 _ 016

위험해 보이지 않는 난간 _ 017

발해로 가는 저녁 _ 018

자전거 _ 020

저녁의 연극 _ 021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_ 022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보았다 _ 023

두부 중년 _ 024

운동화 광고를 네다섯 번씩이나 마주치는 일요일 _ 025

내 마음의 블루스 _ 026

눈물 _ 028

내가 읽었던 가장 아름다운 시의 제목 _ 029

서정시 같았다 _ 030

2부 등에 박힌 시詩

새들의 무렵 같은 _ 033

괜찮습니다 _ 034

무릎 _ 035

近況 _ 036

기차 _ 038

무지개 _ 039

고래 _ 040

밤 토끼 _ 041

루마니아 동전 _ 042

변전소가 있었던 풍경 _ 044

유리에 가지 않았다 _ 045

등에 박힌 시詩_ 046

따르릉 따르릉 비껴나세요 _ 047

코스모스 _ 048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_ 049

먼 항구를 그렸던 그림 _ 050

3부 서정시가 아니어도 된다

악수 _ 053

不忍 _ 054

얼른 지나가 주었다 _ 055

서정시가 아니어도 된다 _ 056

고욤나무 이파리같이 _ 058

서울 _ 059

지상의 별들 _ 060

폐교에서 자랐다고 한다 _ 061

숨 _ 062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_ 063

동주의 눈 _ 064

방문訪問_ 065

소등섬 _ 066

시가 지나간 자리 _ 067

습자지 _ 068

장엄 _ 069

4부 물고기를 굽는 저녁

못 _ 073

지구 _ 074

해바라기를 변호하다 _ 075

물고기를 굽는 저녁 _ 076

금남로 _ 077

그리운 馬賊 _ 078

보슬비는 소리를 낸다 _ 079

악어들 _ 080

거시기 _ 081

전주 _ 082

원산 _ 083

그는 남아 있었습니다 _ 084

산불조심이랑께요 _ 085

땡초 _ 086

굴뚝 새 _ 087

우리는 모두 그 불빛 아래로 _ 088

해설 - 유종인(시인) _ 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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