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에게 휴가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택배노동자에게 휴식을!

“8월 16일 택배 없는 날”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문 [전문]
 

주지하다시피 택배노동자는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직종입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으로, 최근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근로시간 55.9시간보다 무려 18시간이나 많습니다.

이를 연간 총 노동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3,848시간으로, 2016년 기준 OECD 노동시간 2위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 1인당 연간노동시간(2,069시간)보다도 무려 1,779시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제대로 된 휴식조차 없는 택배노동자에게 여름은 더욱 괴로운 계절입니다.

에어컨은 물론 변변한 선풍기 하나 없는 터미널에서 오전 내내 시달리고, 폭염을 뚫고 배송하느라 뛰어다니는 것도 괴로운데, 삼복더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여름휴가도 없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 15년 하면서 휴가다운 휴가 한번 가보질 못했네요. 부친상 때도 일주일 쉬고 200만원 썼고요.”

택배회사는 일 시킬 때는 직원처럼 부려먹지만 휴가나 병가를 낼 때는 '개인사업자'라며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는 제대로 된 휴가를 갈 수가 없습니다.

건당 배송수수료보다 500원씩 더 지불하는 손해를 감수하며 용차를 사용하는 등 담당구역 배송 대책을 세워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양해하고 택배사가 결심하면 “택배노동자 여름휴가”는 가능합니다.

사실 고객사들도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통상적으로 7월말부터 8월 초중순까지는 물량이 평소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합니다. 빠른 배송이 절실한 '생물' 배송도 감소하기에 1~2일가량 배송을 지연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14년 7월말 KGB택배가 그해 8월 14일 접수한 물품을 18일에 배달하기로 고객사에 사전 협의를 구하고 택배노동자 여름휴가를 보장한 전례도 있습니다.

하여, 우리는 국민들과 택배사에 “8월 16일 택배 없는 날”을 제안합니다.

국민 여러분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휴가 한번 갈 수 없는 택배노동자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도록, 양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허브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대다수 국민들이 “빠른 택배가 아닌 안전한 택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려했던 택배노동자 열악한 처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드립니다.

택배사들은 책임회피에 나서기보다 회사차원으로 택배노동자 여름휴가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금과 같이 택배노동자가 제대로 된 휴식도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 물건이 안전하게 배송되는 최소한의 서비스 질 보장도 요원합니다.

택배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때, 서비스질이 개선되고 택배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체국위탁택배 조합원들은 지난 1월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금토 이틀간 휴일을 제공받아 여름휴가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집중국은 담당자들의 방해와 비협조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단협에 따른 여름휴가가 보장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가 “그간 제도적 근거가 없어 체계적 보호가 어려웠던 택배노동자 권익향상 방안 추진”을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한다고 밝힌 만큼, 주5일제 등 택배노동자 장시간노동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이행하여 법안을 발의할 것을 바랍니다.

2019년 7월 15일

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전국택배노동조합 광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