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멋진 선택을!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오는 12일 개막된다. 194개국 2,639명의 선수들의 경기엔트리 등록이 마감됐다. 거기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는 없다.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수영연맹(FINA)과 광주광역시는 북한에 수영대회 참가를 수차례 요청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광주시를 비롯한 사회단체, 정당에서 북한 선수단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 파견?

지난 3일 광주광역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북한 참가를 요청하는 광주시민 한마음대회’가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의원, 경제단체장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지난 3일 광주광역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북한 참가를 요청하는 광주시민 한마음대회’가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의원, 경제단체장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과연 북한은 수영선수단을 파견할까? 북한의 외교가 벼랑 끝에서 펼치는 고단수이고, 이번 북미정상들의 판문점 회담에서 보듯 깜짝스런 행보를 보이는 북한의 리더십으로 볼 때 아직 얼마든지 참가변수는 남아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국제수영연맹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표시해 왔고, 이제 대회 엔트리까지 확정된 마당에 북한이 무리하게 선수단을 파견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FINA(세계수영연맹)와 광주의 호의적 초대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북한은 지난 2017 헝거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했었다. 당시 16살이던 김미래선수와 18살이던 김국향선수가 딴 메달이니 지금쯤 이 선수들의 실력이 더욱 늘어 이번 대회에 다이빙 금메달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은 역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그간 수영대회와 담을 쌓아 왔다거나 북한에 선수가 없다거나 그렇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광주 불참(?)의 정치적 배경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겸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이 지난 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의 대회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는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시청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겸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이 지난 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의 대회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는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시청 제공

그렇다면 북한이 불참한다면 그 배경은 정치적인 이유일 것이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그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동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여해왔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이 남북단일팀 깃발을 들고 공동입장한 가운데 이명박 박근혜정부 동안 가로막혔던 남북평화협력의 물꼬를 트는 극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이유 배경에는 지난 6월 하노이에서의 북미회담 결렬과 이후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말고는 원인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북측은 하노이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을 비난하고 남북평화의 당사자가 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런 상황으로 볼 때 평창 올림픽과 달리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남북과 북미회담 진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수 있다.

6.30 판문점 남북미정상 만남 정치적 긴장 해소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그런데 상황은 급변해 지난 6월 30일 예측을 뛰어넘는 극적이고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과 북미정상회담으로 긴장관계가 급격히 해소되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광주세계수영대회 불참 이유는 없어지거나 적어도 약화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상황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참여여부에 대한 답변은 없다. 큰 차원에서 정치적 변수는 없어졌지만 작은 차원의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다시 두 가지의 변수를 고려하게 된다.

첫째는 남북교류를 담당했던 통일부가 북측과 제대로 교류하지 못하고 있거나 둘째는 북측과 광주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거나 하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와 시민들이 북측과 직접 교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광주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북측과 대화와 교류를 성공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도대체 양측 정부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남북정부간 교류에 문제?

ⓒ2019광주수영대회조직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2019광주수영대회조직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그간 통일부가 경제제제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남북 문화 스포츠 관광교류에 대해 너무 눈치만 보아 왔다는 지적도 꾸준히 있어왔다.

만일 그런 것이 이유라면 통일부는 보다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수단 불참을 우리 정부에 원인이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수영대회를 넘어 광주시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6월항쟁과 촛불혁명의 근원으로 광주는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루게 한 위대한 도시라는 점은 국내외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북한이 이런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염원하는 광주시와 광주시민의 정신을 모를 리 없다.

물론 아직도 지만원 같은 수구 보수세력들이 5․18을 북한에서 조종하고 북한군이 직접 파견하여 만든 폭동이라고 악의적으로 왜곡 폄훼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정치세력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도 존재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광주의 정치적인 묘한 사정을 감안하여 대구, 인천, 평창과는 달리 광주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는 있다.

40년째 외쳐오는 광주시민의 5월에서 통일로

광주광역시청 1층 로비에 남북통일과 광주수영대회 북한선수단 참가를 바라는 시민들의 글귀가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인
광주광역시청 1층 로비에 남북통일과 광주수영대회 북한선수단 참가를 바라는 시민들의 글귀가 적힌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인

만일 북한이 그런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면 광주는 더욱 큰 목소리로 북한선수단의 광주대회 참여를 호소한다. 왜냐하면 남한에서 악의적인 꼴통보수들이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왜곡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광주는 지난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이래 우리 민주주의는 자주와 통일 없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5월에서 통일로를 수없이 외쳐왔기 때문이다.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때는 보수당이 북한 선수단 참여를 촉구까지 했었지 않는가.

또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평화의 물결속으로(Dive into Peace)'라는 슬로건처럼 광주에서 남북평화의 물결이 이번 판문점 남북미 정상의 만남 이후 다시 세계수영대회를 통해 전세계로 발신되면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광주에 대해 북한이 사소한 이유로 평화를 염원하며 북한선수단을 기다리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평화에 대한 존중과 응답이 아니라고 본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유를 알기 어렵지만 북한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남북에서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광주시민은 북한의 전향적 응답 끝까지 기다릴 것

그러나 광주시민은 북한의 선수들을 기다린다. 김미래, 김국향 선수가 보고 싶다. 국민들이 잠을 설치며 그 어린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의 선수단이 못 온다면 북한의 스포츠 사절단이라도 보내 달라.

아니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에 이번에 수영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문화예술교류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해도 좋다.

광주에 아시아 최고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고, 세계적인 미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도 열린다. 그 모든 것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고 멋진 선택을 만들기엔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정치적인 이유를 불문하고 사소한 문제를 넘어 대국적으로 광주시민의 요구에 북한이 응답해 주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하루사이에 남북미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시대에 이것 저것 눈치나 보면서 속 좁은 대응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남북교류를 진척시킬 것을 요청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 후 2년째 연이어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  다녀간 도시의 품격을 남북 모두가 보듬고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 김영집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 공동대표. 기차타고 신의주 가즈아 추진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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