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는 눈에 보이는 세계 이면의 숨겨진 신비로운 에너지를 포착하는 이정록의 사진전 <Nabi>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Nabi> 연작은 현실세계를 넘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무엇’을 오묘한 숲과 바다, 고대 유적지 위에 반복된 나비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특정 장소의 선정에서부터 오랜 시간 반복되는 설치와 촬영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한 장의 사진에는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전달하는 초자연적인 기운과 생명력이 담겨 있다.

이정록_Nabi 46_2015_C-Type Print_120x160cm.
이정록_Nabi 46_2015_C-Type Print_120x160cm.

사진작가 이정록은 1998년 처음 선보인 <남녘땅> 연작을 시작으로 줄곧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 작품을 촬영해 왔다.

유년시절부터 자연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란 작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일상의 풍경에서 단 하루도 똑같지 않은 미묘하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에 매료되었고, 문명의 달콤함보다는 자연의 신비에 더 끌려 그것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주로 전라도 남서쪽 지방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강렬한 자연의 잠재되어 있는 생명력을 느꼈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는 촬영을 진행하는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자연과 교류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Nabi> 연작은 제주도에서 촬영을 하던 중 한라산의 한 숲에서 만난 흰 나비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다. 아주 작은 나비의 등장으로 촬영 중이던 숲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고,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은 어떤 미지의 힘을 끌어 모으는 듯 했다.

이렇게 작가는 줄곧 눈에 보이는 세계 이면에 숨겨진 깊고 근원적인 무언가에 몰두해 왔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작가와 장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장소와 깊이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촬영 현장에 나갔다.

암흑 속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플래시를 하나, 둘, 셋…수십 번, 수백 번 터뜨리며 나비의 이미지를 남긴다. 표현 불가능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 속에서 보낸 모든 순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체험을 가져다 주었다.

그 체험은 작가와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으로 어떠한 논리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처럼 이정록의 사진은 작가의 생각만이 아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그 어떤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완성된 것이다.

세상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현실세계와 영혼세계를 이어주는 듯한 신비로움을 나타내는 ‘Nab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 예언자를 의미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 “예술가는 눈 앞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마음 속에 보이는 것을 그려야 한다.”는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말처럼 작가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움을 담아 사진 속에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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