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28일 성명 발표

[전문]

감사원 감사 중인 용방생태통로의 공사 재개에 대한 우리의 입장

- 구례군은 훼손된 용방생태통로를 즉각 원상 복구하라!

우리 곁을 떠난 야생동물들, 고라니, 삵, 두꺼비... 우리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산과 들, 계곡이 아니라 도로 위다. 인간에게 개발과 편리의 상징인 도로는, 야생동물에게는 죽음의 길이다.

죽음의 길을 상생의 길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 생태통로는 그렇게 시작된 시설이라 생각된다. 이제 부득이하게 도로를 건설할 때 절개지를 최소화하고, 생태통로를 조성하는 게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지리산 아래 전남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국도 19호선 위에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생태통로'. 구례군이 인도용 데크를 설치해  지난 1월 구례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지리산 아래 전남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국도 19호선 위에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용방생태통로'. 구례군이 인도용 데크를 설치해 지난 1월 구례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그런데 구례군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10년 전 조성된 ‘용방생태통로’(국도 19호선 상 전남 구례군 용방면 죽정리 산24-14에 조성된 길이 30미터, 중앙 폭 50미터의 생태통로)를 훼손하였다.

생태통로에 사람이 다니도록 보행로 공사를 한 것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용방생태통로 훼손은 국가가 만든 생태통로를, 지자체가 훼손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구례군으로서는 빠른 원상복구와 과정에 대한 반성과 진상규명이, 중앙정부는 생태통로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가 유일한 답이었다.

유일한 답을 공식화한 자리가 3월 5일 구례군이 개최한 간담회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환경부, 국립생태원, 순천국토관리사무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구례군농민회, 정정섭 구례군 군의원 등 모든 기관은 용방생태통로 훼손은 잘못된 일이니,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구례군도 행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하였다. 용방생태통로 훼손공사는 중지되었고, 현장은 출입 금지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흘렀다.

4개월 동안, 구례군은 전라남도에 감사신청을 했다고 했고, 전라남도에서는 이 건을 감사원으로 이관했다고 했다.

훼손 시설을 뜯어내고 원상복구하면 될 일을 감사신청으로 시간을 끄는 게 안타까웠지만, 뜯기 위한 행정절차라니 구례군을 믿고 기다렸다. 야생동물에게 미안한 시간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6월 24일, ‘생태통로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우리)은 출입 금지된 용방생태통로 훼손 현장에 사람이 오가는 걸 목격하였다.

공사가 중지된 위험한 저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궁금해 확인해보니, 분리벽(구례군이 생태통로 안에 설치한 훼손시설)에 칠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공사를 중지하고, 출입을 금지하고, 감사가 진행 중인 시설에 칠 작업을 한다는 것, 구례군은 몰래 공사를 재개한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 절차를 진행하는 중에, 감사관이 현장을 다녀간 직후 일어난 일이었다.

구례군은 시설물 관리 차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세금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받고 있고, 모두가 철거해야한다고 합의한 시설을, 다시 돈을 들여 관리한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구례군의 궁색한 변명을 누가 믿겠는가? 구례군은 믿어달라는 ‘말’이 아니라, 원상복구로, 야생동물에게 용방생태통로를 되돌려주는 ‘실행’을 보여 달라!

이제 우리는 구례군을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용방생태통로 훼손의 진실과 빠른 원상복구를 위해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공사를 진행할지 모른다는 긴박한 마음으로 현장 1인 시위를 조직하고, 모두와의 약속을 깨버린 구례군에 대한 항의를 조직할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구례군에 있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훼손된 용방생태통로를 즉각 원상복구하라! 구례군은 용방생태통로 훼손과 공사 재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림청은 생태통로가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조성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지침을 개정하고 협력하라!

오늘 아침 우리는, 도로에서 자동차의 불빛을 바라보던 고라니의 슬픈 눈을 떠올린다. 생태통로 안 수로를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던 유혈목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과 상생하려 노력할 때, 우리도 안전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첨부. 성명서와 사진

2019년 6월 28일

생태통로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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