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7월2일까지

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 지원을 통해 지역미술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공모전이다.

미술제에서 수상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하여 지역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광주를 비롯한 국내 미술계에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박세희 _Bon Voyage_2018_Lightbox_100x400x20cm _Bon.
박세희 _Bon Voyage_2018_Lightbox_100x400x20cm _Bon.

이번에 개최하는 전시는 2016년 제18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박세희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다.

박세희는 ‘비장소(non-places)’와 ‘중간지대’를 주제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을 사진과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작품들로 표현해 왔다.

‘비장소’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Marc Augé)가 현대사회의 특징을 기술하면서 ‘인류학적 장소(anthropological places)’와 대비되는 장소성을 특정 짓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장소’가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머물며 형성되는 관계성과 역사성을 갖는 곳이라면, ‘비장소’는 잠시 거쳐 지나가는 환승의 장소이자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을 말한다.

박세희 _비장소 비장소 NonNon -place_2019_Digital pigment print_80x120cm.
박세희 _비장소 비장소 NonNon -place_2019_Digital pigment print_80x120cm.

즉 사람들이 정착하고 전유하고 서로 교류하는 곳이 장소라면, 비장소는 통과하고 소비하고 서로를 소외시키는 곳이다.

마르크 오제는 산업혁명 이후, 사회적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생겨난 고속도로, 공항, 기차역과 같은 교통수단의 대기장소 또는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같이 이용하는 사람들 간에 관계의 부재를 특성으로 지닌 장소들을 ‘비장소’라 부를 것을 제안했다.

작가는 이러한 비장소를 촬영, 연출함으로써 그 공간이 갖는 의미를 재해석, 확장하여 비장소로 간주되는 공간들이 작가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또 그와 반대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빈집을 촬영함으로써 ‘인류학적 장소’와 ‘비장소’의 의미가 뒤집힌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통적인 장소의 요건인 관계성, 역사성, 정체성을 갖지 못한 ‘공간’들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각 도시간 또는 국가간의 이동이 잦았던 작가는 오고 가는 이동의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어느 한 곳에 명확하게 속하지 않은 ‘중간지대’에서 바라 본 외부 혹은 내부의 모습을 사진에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처럼 블라인드나 커튼, 담장 너머 보일 듯 말듯한 공간을 표현한 ‘중간지대’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외부와 접촉하고 소통해야 하는 유목민(nomad)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담고 있다.

박세희 _비장소 비장소 NonNon -place_2019_Digital pigment print_80x120cm.
박세희 _비장소 비장소 NonNon -place_2019_Digital pigment print_80x120cm.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박세희는 “풍경을 매개로 그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작업의 노정을 연출사진에서 출발하여 비디오 작업으로 확장하여 가장 동시대적인 실험을 감행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작가의 공간에 대한 연구와 그 개념의 확장을 통해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사진, 영상에 담은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매일 이동하며 지나다니는 공간들을 다시금 인식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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