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 하는 '오월시 연재'

오래된 안부

- 이종형
 

망월동엔 무슨 일로 가신다요

그냥 참배하러 가신단 말이제라

먼데서 역부로 망월동에 가자는 손님을 보니

마음이 참 거시기 허요

무작시럽게 어긋나 분 세월이었소

어찌 그것을 말로 다 할 수 있을 것이요

택시비는 넣어뒀다가

돌아가는 길에 국밥이나 한 그릇 자시고 가소

광주의 마음을 이리 보듬어주는 양반을 만났으니

그것이 참말로 고맙소

포도시 벌어먹고 사요만 손님에겐 택시비를 못 받것소

삼십년 전 섬에서 올라와

망월동을 처음 찾던 나를 태워주고도

한사코 택시비를 받지 않았던 그 사내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그대

여전히 안녕하신지

오래 묵은 안부를 전하는

다시 5월에

 

** 2004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2018년 <5.18문학상> 수상,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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