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바래다

- 최정란
 

마음이 울먹울먹 얼룩이 져,

종일 말없음표를 햇빛에 내놓는다

빛이 닿은 자리에서부터 조금씩

원색의 울음 잦아들 무렵

문득, 내 뼈 내 살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것들의 목록이 길어진다

굵은 시름 몇 개 남아 있는지

흰 새가 귀 기울여 나를 듣고 있다

그 사이 그늘이 깊었구나

묵은 종이의 흰 빛 맑아진다

 

**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장미키스> 외 3권, 제7회 <시산맥> 작품상 수상, 부산작가회의 회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