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38년만의 미투*

- 김영진
 

교사로 살면서 오월에 오자도 꺼내지 않고 그리 38년을 살았어. 청춘을 빼앗아간 오월.

음악교육과 4학년이던 5월 도청으로 들어갔어. 학생수습대책위원으로 주로 출입증 야간통행증 무기회수를 돕는 안내 방송을 했어. 군인이 도청을 진입하는 날 빠져나왔고.

담양 중학교로 몇 달 뒤 교생 실습을 갔는데, 계엄사령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어. 학교에서 끌려간 곳은 상무대 영창, ‘넌 이제 무기징역이야’라고 겁을 주더라.

모서리에 이마가 찧기고 피를 흘리는데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어. 소령 계급을 단 수사관이 하루는 날 데리고 밖으로 나갔어. 여관으로 끌려갔는데, 대낮에 성폭행을 당했어. 계장이라 불린 그 놈에게.

꼬박 65일 갇힌 뒤 풀려났어. 엄마는 그 무렵 방황하다 이듬해 첫눈 내리는 날, 너를 낳았다. 할머니는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할아버지도 초등학교 교직에서 쫓겨났어.

그동안 네가 상처 입을까 말하지 못했어. 이제 커서 말할 수 있구나. 딸아 곁에 있어줘 고마워, 엄마를 안아주렴.

* 한겨레신문 2018년 5월 8일에 실린 ‘5.18 그날의 진실’ 기사 인용
 

** 2017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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