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우리라는 슬픔

- 안주철

거짓말의 길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차벽을 향해 걸어가면서

거짓말의 밑바닥은 몇 마리인지 세어본다

차벽을 두고 돌아오면서

잊어버리면 픽 웃으며

한 발자국에 한 마리씩

다시 한 마리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우리라는 말이

광장에 뿌려졌을 때

이걸 선물이라 좋아해야 할지

이걸 폭탄이라 두려워해야 할지 몰랐지만

우리는 꿈에도 사라진 희미하고

뚜렷한 우리가 되어서

차벽을 향해 걸어가고

차벽을 두고 돌아온다

우리라는 슬픔을 완성하기 위해서

너무 오랫동안 쌓여서

끝도 보이지 않는 슬픔을 완성하기 위해서

 

** 강원도 원주 출생, 200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한국작가회의 회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