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을 뛰어넘은 나경원

머슴이 기르는 황소 앞에 공손히 손을 모으고 하는 말이다.

‘소님의 대갈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어느 양반이 막 말 잘 하는 머슴에게 남에게는 무조건 존대를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래서 나온 말이 위에 말이다. ‘소님의 대갈(대가리)님에 검불(마른 풀이나 낙엽)님이 붙었다’는 존댓말이다. 어떤가.

돌아가신 할머님은 우스갯소리를 잘하셨는데 위의 우스개도 할머님이 해 주신 말씀이다. 막말도 문제지만 지나친 높임말도 문제다.

■나경원의 ‘달창’

정치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는 의미로 ‘정치는 말’이라고도 한다. 말 잘하면 약장사냐고 하지만 정치에서 말은 격조와 품위와 논리와 정의와 양심의 표출이 잘 돼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 말 잘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는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경원의 ‘달창’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처음에 ‘달창’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달창’이 뭘까. 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정치지도자가 수많은 지지자 앞에서 한 말이니 분명히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바로 알게 됐다. 발언 당사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설명을 해 줬기 때문이다.

차마 입이 더러워질까 입에 담기 싫지만, 오물을 치우려면 별수 없이 오물을 손에 묻혀야 한다. 하기야 오물을 입에 물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받자.

문(Moon)은 한글로 달이다. ‘달창’에 달은 문 대통령의 성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 ‘창’은 무엇인가. 여기서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지만 별수 없다.

‘창(娼)’은 ‘창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달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가 X녀라는 말이다. 다음부터 달창을 ‘달X’로 쓴다.

나경원이 바보인가

대구시민 2만여 명이 모였다. 한국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시민들이다. 나경원 대표가 흥분했을까. “자기만 맞고 남은 틀렸다는 것은 독재 아닌가.” “어제 ‘한국방송’ 기자가 (독재에 대해) 물어봤는데,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고 있는 것 아시죠”

여기서 나경원이 ‘달창’을 설명했다. ‘달창’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하여 부르는 줄임말이다. 심각한 여성 혐오이기도 한 ‘달창’ 발언은 문재인을 지지해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민들을 졸지에 ‘창X’로 전락시킨 것이다.

나경원이 입장문이라는 것을 냈다.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사과한다는 것이다.

나경원과 한국당은 말 한마디 실수한 것을 물고 늘어지느냐고 반격을 하지만 생각해 보라. X녀란 말이 그냥 넘어갈 소린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면 무슨 소리는 못 하겠느냐. 그러나 나경원 대표는 말의 의미도 모르고 2만 군중 앞에서 ‘X녀’란 말을 쓰느냐. 그렇게 분별이 안 되는가.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한 나경원이다. 나경원의 머리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판단능력을 상실했는가. 그런 머리로 재판을 했는가. 스스로 바보임을 고백하는 원내대표를 지도자로 모신 한국당이 안 됐다.

나경원도 여자다

나경원이 말한 ‘창X’는 여성에겐 더할 수 없는 치욕의 어휘다. 나경원은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창X’로 단정했다.

80을 넘은 나는 열렬한 문재인 지지자요 80이 가까운 아내 또한 열렬한 문재인 지지자다. 내 자식도 손주들도 다 그렇다. 우리 가족은 속절없이 ‘창X’가 됐다. 우리 집은 ‘창X왕국’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다. 더구나 나경원은 귀한 여성 지도자가 아닌가. 황교안과 더불어 나경원은 한국당의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나경원이 ‘창X’ 발언을 한 것도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응집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아주 잘못 생각했다.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익지 못하면 자신이 바보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늙은 친구가 한마디 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창X’라고 한다면 나경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해야 하는가. 독재를 지지했고 아직도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독재를 그리워한다. 그들에게 ‘독창’이라면 어떨까. ‘독재창X’라는 것이다. 몹쓸 말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 한이 없고 끝이 없다. 나경원·황교안은 변명 말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용서를 하고 안 하고는 국민의 할 일이다.

■5·18, 황교안과 사이코패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5·18 학살 만행 추모식에 황교안이 온다고 한다. 누가 반가워한다고 오느냐. 유시민은 얻어터지러 온다고 했다. 머리 나쁜 사람들의 전략이란 속이 빤히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한마디 했다. 황교안이 사이코패스라고 한 것이다. 사이코패스가 뭔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황교안이 화를 냈다. 그럼 아닌가. 얻어맞을 자리 찾아가는 게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사람 아무리 봐주려고 해도 못 봐 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시민들은 열이 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니까. 맘대로 한다면 광주 땅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 싶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 두 발 달린 짐승이 제 발로 온다는데 막을 수도 없다. 환영할 것도 없지만 굳이 인위적으로 막을 것도 없다. 내버려 두면 된다.

황교안이 한국당 대표니까 하는 소리다. 5·18 망언자들 징계는 그냥 꿩 구워 먹은 것이냐. 그들 망언자들에 대한 징계는 자신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이러면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면 뻔뻔하기가 고래 가죽이다. 정치를 하기 전, 대권을 꿈꾸기 전에 사람부터 돼야 한다.

한국당은 자신들의 국회 등원 거부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모르는가. 알 것이다. 기왕에 망할 것인데 아침에 망하던 저녁에 망하던 한가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같이 망하기만 하면 된다는 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망하는 것이 한국당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라는 것이다. 나라를 망친 책임을 한국당과 황교안·나경원이 져야 한다.

오랜 세월 한국의 정치를 보았지만 요즘 황교안과 나경원처럼 고약하고 머리 나쁜 정치인들은 보기 힘들었다. 그 죄를 어떻게 갚으려고 하는가.

나경원. 무조건 국회에 등원해라. 국회에 복귀해서 정치를 정상적으로 되돌려 놔라.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정치를 한다면 한국당을 국민들이 왜 미워하겠는가. 국민들이 나경원 옷에 단추라도 떨어졌으면 너도 나도 다가와 말 할 것이다.

‘대표님의 옷님에 단추님이 떨어지셨습니다.’

이런 인사를 받고 싶지는 않은가. 나경원은 사랑받는 정치인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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