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오동꽃 나팔을 부는 여자
- 이봉환
타당, 타당, 오동꽃 속에서 총소리가 났어
깜짝 놀라 보랏빛 안으로 뛰어들었어
한 여자 꽃의 길을 수그리어 걷고 있었어
그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홀연
취해 따르느라 홀연 나 길을 잃어버렸어
총소리도 잊어버렸어 오월 어느 날이었어
잉잉거리며 벌새 한 마리로 갇혀 있었어
꽃 속에서 그녀와 쾌히 죽어도 좋았어 뚝!
하고 보랏빛이 송이 째 떨어졌어 오월이었어
순간, 길은 깊어졌고 한없이 멀어졌어 멀어서
오랜을 잉태했어 오랜 날 걷고 걸어야 할
아득한 길 이제야 살아갈 이유가 생겼어
까마득한 꽃의 심연에서 보랏빛으로 젖었어
봄볕 환한 오월이야 보랏빛 그녀 입술에선
타앙뿌우우 총소리 나팔소리로 바뀌고 있어
멧비둘기 한 마리
오동꽃 속에서 후드득 날아
솟구쳐 오르는 슬프고도 찬란한 봄날이야
** 1988년 <녹두꽃>에 ‘해창만 물바다’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밀물결 오시듯> <내 안에 쓰러진 억새꽃 하나> <해창만 물바다> <조선의 아이들은 푸르다>,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이봉환 시인
simin6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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