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9주기 5.18광주민중항쟁 '오월시 연재'

보안대

- 김황흠

답사로 간 광주 서구 화정동 보안대

관리인이 육중한 철문을 열어젖히자

2층짜리 직사각형 낡은 콘크리트 건물 앞

녹음방초로 뒤 덥힌 연병장과 뜰이

늦가을인데도 폭염이 남아 자글거리는 중이다

본관 앞터는 콩, 옥수수 등이 경작금지 표지판을 가리고

마른 옥수숫대, 깻대가 울타리로 쳐져 있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이 비명을 지르고

공기에는 아직도 피 비린내가 난다

고문에 비명과 절규, 아비규환으로 몰아세운 지하실 입구로 가자

물러서지 않은 깔다구 떼가 득달같이 나와 답사객을 괴롭혔다

내몰려 나와 저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누군가의 수확을 기다리는 덜 벤 콩을 보다가 내뱉는 소릴 듣는다

아따, 그 냥반은 무섭지도 않을까,

요런데다 콩이며, 옥수수며, 깨며, 들깨며, 갖은 것 다 심었네

피를 흘리며 절규하는 시민들 피를 탐한 계엄군의 만행을 되짚자니

깔따구가 쏘은 독침에 달아오른 목등이 따금거린다

 

** 전남 장흥 출생, 2008년 광주전남 <작가>로 등단, 시집 <숫눈> <건너가는 시간>, 시화집 <드들강 편지>,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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