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난 6일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린 제30주기 이철규열사 추모제와 함께 열린 아버이날 행사에서 김준식 2018광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교육학과4년)이 민족민주열사 유가족들에게 낭독한 편지입니다./
 

어머님 아버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풍향골의 교육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예비교사로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많은 열사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감사 인사와 함께 다짐의 말씀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곳 망월 묘역에 올 때마다 열사님들의 생전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린 이철규 열사 제30주기 추모제와 함께 열린 아버이날 행사에서 전국 유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인
지난 6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린 이철규 열사 제30주기 추모제와 함께 열린 아버이날 행사에서 전국 유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인

어둡고 참혹한 현실 속에서, 열사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지, 어떻게 해야 그토록 바라는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또한, 선배님으로서, 후배인 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을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그토록 듣고 싶은 이야기는 들어볼 수 없습니다. 왜 저희는 이 열사님들을 떠나보내야 했을까요? 왜 우리 열사님들은 저희 곁을 떠나야만 했을까요?

이 곳에 계신 모든 분들은 결코 어렵거나 불가능한 요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원하셨을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일입니까?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이자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폭력과 억압이었습니다.

많은 열사님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던 한반도의 봄은 아직 만나지 못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 억눌리고 있습니다.

해방 직후 청산되었어야할 무리가 아직도 남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짓된 정보와 유언비어를 퍼트려 민중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억울함과 현실을 저는 대학에 들어와서야 몸소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는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연표를 단지 외우기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역사 교육은 단지 연표를 달달 외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역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과 행동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난 6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들에게 노래와 율동으로 '어버이날'을 축하하고 있다. ⓒ광주인
지난 6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들에게 노래와 율동으로 '어버이날'을 축하하고 있다. ⓒ광주인

역사 교육은 이러한 아픔과 행동을 몸소 느끼게 하고 내면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 교사로서 힘써야겠구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매년 이 곳에 올 때마다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그 때의 그 억울함을 잊지 않겠다고. 또한 저도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예비교사로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행동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에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사랑한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6일

김준식 2018광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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