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1980년 5월, 광주서석고 3학년들의 5·18체험기
시민군 위장한 ‘편의대’ 활동 입증할 첫 사례 등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교 3학년들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책 '5·18, 우리들의 이야기-1980년 5월,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심미안 출판사)가 출간됐다.

광주서석고 5회 동창회(회장 임영상)가 61명 동기들의 체험을 엮은 이 책은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물론, 그렇지 않았더라도 신군부의 정권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자행된‘광주살육작전’때 고3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지내야 했는지, 어떻게 그 삶이 굴절되어야 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총상을 입은 당시 광주서석고 3학년 전형문이 병원 시트에 누운 채 이동 중이고, 왼쪽 손목에 수건을 묶은 친구 김동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문 268쪽)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공수부대가 집단 발포를 할 때 총상을 입은 사람 ▲시위대원으로 위장한 계엄군‘편의대’에 의해 고문을 받고 영창에 갇힌 사람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진압할 때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 등.

또 ▲가두방송으로 유명한 전옥주 씨의 가족이 자취방 옆집에 살아 누나가 간첩혐의로 끌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 ▲공수부대원에게 붙잡혀 전남대와 광주교도소에서 46일간 고초를 당한 사람 ▲시골집으로 가기 위해 계엄군의 감시망을 뚫고 산길을 타거나 걷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 ▲친구인 임산부 최미애 씨가 계엄군의 총탄에 죽은 것을 알고는 나라에서 준‘국난극복기장’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 누나 ▲고문을 당하면서도 함께 시위에 참여한‘나’를 끝내 말하지 않은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 등을 담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5·18의 중심에는 몇몇 사람이나 특정한 세력이 없었다는 것, 있었다면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곧 5·18은 몇몇 사람이나 특정한 세력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항쟁이었으며, 이들이 바로 5·18의 주인공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너무나 각양각색인 사례들이 이를 명료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더욱이 최근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북한 개입설’이나‘간첩 침투설’등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인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광주서석고 5회 동창회 회장 임영상 씨는“지난해 1월 동창회장에 취임하면서 친구들에게 5·18 체험담을 써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친구들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상무대 영창 2소대 당시 위치에 앉아 있는 오일교 .(본문 185쪽)

5·18을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어서, 5·18을 겪었던 친구들이 너나없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의 말이 옳다면, 고3이었던 우리들이 북한군의 사주를 받아 시위대 차를 타고 총을 들고‘전두환 물러가라’‘계엄령 해제하라’‘김대중 석방하라’고 외치면서 다녔다는 말입니까?

5·18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미력하나마 5·18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라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61명의 체험과 160컷의 사진, 456쪽에 담아

첫해인 2018년 3월 <5·18체험담기록위원회>를 구성해 체험담 취재와 기록을 시작한 광주서석고 5회 동창회는 올해 <5·18체험담출판준비위원회>를 출범해 본격적인 출판 준비를 해왔다.

5·18기념재단의 공모사업에도 2년 연속 선정돼 체험담 출판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바쁜 생업에도 불구하고 책의 방향을 기획하고 세부적인 방법을 모색하면서 취재를 위해 전국의 생업현장을 찾아 나섰다.

'5.18, 우리들의 이야기' 주인공인 서석고 5회 졸업생들이 2일 5.18기념재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임영상 제공
'5.18, 우리들의 이야기' 주인공인 서석고 5회 졸업생들이 2일 5.18기념재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임영상 제공

아직도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친구들은 뒤늦게 어려운 결정을 해주었고, 안타깝게도 몇몇 친구들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졸업생 580여 명 중 죽거나 연락이 안 된 200여 명을 제외한 380여 명 중에서 61명이 이 책의 기록에 참여했다.

45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는 체험담과 함께 5·18기념재단, 5·18 민주 화운동기록관, 전남일보 등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5·18 관련 사진과 사건 현장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새로 촬영한 사진 등 총 160여 컷이 실렸다.

5·18의 역사에서 이 책이 지닌 의미

5·18의 역사에서 이 책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책은 5·18 항쟁 당시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체험담이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61명 모두가 각각 주인공이며, 그런 만큼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가 총상을 당하고 구속되기도 했고, 계엄군의 폭력을 피해 다락방에 숨기도 했다. 백리길 시골집까지 걸어간 이가 있는가 하면, 어른들의 뜻에 따라 집 안에 갇혀 있던 이도 있었다.

5·18로 인해 인생여정의 항로가 180도 달라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 모두가 피해자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둘째, 1980년 5월 당시 순진무구한 고3 대입준비생들이 직접 겪었던 생생한 5·18 체험담이 책으로 출간됨으로써,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5·18 폄훼세력의 ‘북한 사주설’‘북한 특수부대 개입설’등이 허무맹랑한 허구임을 입증하고 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 전남도청 진입시 시민군 임영상의 행적도. (본문 425쪽)

셋째, 지금껏 알려진 여러 5·18 관련 책자 가운데, 특정 고교 3학년생들의 체험담만으로 된 자료집이나 책자로는 처음이어서, 5·18 진실규명과 5·18 정신 함양 및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넷째,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5·18 당시 광주시민들(학생들 포함)의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생활상이 가감 없이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그간 전교사의 『광주소요사태 분석』이나 보안사의『5공화국 전사』에서 문서로만 알려졌고 실체가 없었던 계엄군의 편의대(便衣隊) 활동을 증명하는 새로운 사실(본문 176쪽) 도 추가로 밝혀내 5·18의 전국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이 책의 출간으로 광주지역 다른 고교 졸업생들에게도 5·18 체험담을 기록하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여, 5·18의 위대한 항쟁정신과 숭고한 대동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여섯째, 이 책은 광주서석고 학생들의 5·18 체험담이지만, 당시 광주·전남의 전체 상황을 조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광주와 전남이 분리되지 않아 60% 이상이 전남 출신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광주시내 곳곳에 거주하면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광주시내 전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 소개]

엮은이 : 광주서석고등학교 제5회 동창회

이 책은 광주서석고 제5회 동창회(회장 임영상)에서 198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동기들의 5·18민주화운동 체험담을 기록한 것이다.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5·18체험담출판준비위원회’는 한 사람이 각 30여 명의 동기들을 대상으로 2년여 동안 체험담을 수집, 정리했다. 위원은 아래와 같다.

광주 전남공업고등학교 교사

자영업, 전 건강보험공단 근무

조은날 한정식 대표

삼진이앤씨 대표이사

광주 서석고등학교 5회 동창회 회장, ㈜휴먼라이텍 회장

식 광주 첨단중학교 교사

광주 광덕고등학교 교사, 소설가

광주서석고등학교 5회 동창회 사무총장, 전 농협 호남물류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광주전남6월항쟁 운영위원장

자영업, 육군중령 예편

광주 수림숯불갈비 대표

케이플러스손해사정(주) 이사, 신체손해사정사

[추천의 글]

여기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우선 솔직하고, 리얼하고, 그때 광주시내 고등학생들의 마음과 행동과 고통, 분노와 몸부림과 희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생체험’이 오롯하게 담겨 있어 큰 감동을 줍니다. 역사적 의미의 디테일한 부문 혹은 입체적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또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수련의 뿌리가 마침내 물 위로 올라와 곱고 둥근 꽃 봉우리를 펴 올리듯이 이들 61명 젊은 청춘들의 기록은 너무도 눈물겹고 삶과 역사적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어서 참으로 소중합니다.

시인· 前 5·18기념재단 이사장

1980년 광주서석고 3학년생들의 5·18체험담이 기록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계엄군 편의대원에게 붙들려 상무대 영창에 끌려갔던 고등학생, 그때는 공포심 때문에 광주를 떠나 시골집으로 피신했지만 못내 안타까웠던 심정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목격담과 고백이 역사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5·18의 역사는 순전히 그렇게 복원된 것들이다. 당시 고등학생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새로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크다고 믿는다.

- 이재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

[차례]

추천사

오월에서 민주주의, 사람생명과 평화, 하나됨의 시민공동체 : 대동세상으로!•04

책을 펴내며 

둔필승총(鈍筆勝聰)의 자세로 ‘5·18’의 역사에 이 기록을 바친다•08

제1부 악몽으로 되살아나는 오월

고재철 역사의 현장이 된 자취방•18

권영택 악몽으로 되살아나는 오월•24

기춘우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37

기형훈 모두가 하나 된 대동세상•42

김기배(영선) 보고 싶다, 친구야!•47

김덕현 피난처와 피난살이•53

김명광 마음의 빚을 갚으면서•57

김범주 잊지 못할 그날들•61

김병주 오월, 그날이 오면•66

김선재 축 늘어진 머리의 무게•78

김수종 군인이 왜 시민에게 총을 쏘았을까•84

김연천 계엄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88

김옥철 기억의 뿌리•92

김창호 아물지 못한 오월의 기억•96

김홍렬 광주MBC로 진격•101

리일천 동지가 된 선생님•104

박남진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110

박재곤 마음속 깊은 울림•114

방창석 저 멀리 총탄 불빛이•119

제2부 상무대 영창에 갇혀

백종복 지옥 같았던 하루•126

변길석 세월이 약이라 했지만•131

서구원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134

서재창 저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136

설동엽 선생님 결혼식 날의 아비규환•139

손도식 나의 5·18은 초라하지만•146

손영배 쓰레기장에 버린 ‘국난극복기장’•150

손하진 계엄군이 끊어버린 내 ‘밥줄’•156

송재천 부끄럽고 안타까운 기억•160

신재현 경찰의 가택수색•164

양선태 잃어버린 기억의 소환•167

양회철 세상을 보는 나의 눈•171

오일교 상무대 영창에 갇혀•176

왕철호 우리 집은 전남도청 뒤 여인숙•190

윤순철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는•195

윤인호 장갑차 위의 그 사람•201

이기원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207

이석우 쓸모가 없던 카빈 소총•211

이순영 목숨을 건 여수행 대장정•215

이승진 소총과 실탄의 행방•223

이은준 부끄러운 봄날•227

이종언 아이러니한 세상•233

이판희 ‘가택 연금’ 된 오월•237

이현주 철없는 고3 시절에•241

임오중 장흥 유치에서 걸어오신 어머니•244

제3부 내 몸에 박혀 있는 계엄군의 총탄

장 식 일기장에 기록된 나의 오월•250

장종택 믿기지 않던 집단발포의 현장•259

전형문 내 몸에 박혀 있는 계엄군의 총탄•264

정강철 어두운 기억의 저편•276

정인식 그때 그 여고생은 잘 살고 있는지•286

조선호 오월 그날의 장면들•290

최대식 9일간의 병원 신세•300

최윤곤 그날 그곳을 생각하며•303

최인근 지금은 말할 수 있다•308

최종귀 두 아들을 지키셨던 아버지•315

한광희 잊을 수 없는 장면•320

함상혁 정의로운 이름은 차고 넘친다•327

홍성호 그리운 박용준 선배•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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