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광주전남 피해자 54명 일제 전범기업 대상 소송 접수

기자회견문 [전문]

광주전남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집단소송 제기

“더 이상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늦출 수 없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지난해 우리 대법원은 일본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 등 해당 전범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정부가 나서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전면 부정하면서 해당 기업들에게 배상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며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9일 오전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54명과 함께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예제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9일 오전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54명과 함께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예제하

만약 일본 법원에 제소된 한국 기업이 일본 법원의 배상 판결을 명령받고도 이행을 거부하거나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판결 이행을 가로막는다면 상식적으로 일본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자행하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일본기업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어떠한 제안에도 일본 기업이 불응하며 판결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제에 의해 인간으로서 존엄을 빼앗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정당한 권리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정당한 강제집행 절차를 두고,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언급하는 등 여전히 비이성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정부 또한 피해자 개인의 문제인양 손 놓고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지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월 조사 완료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로 확인된 224,835건 중, 147,893건이 노무동원 피해자로 확인됐으며, 광주전남 지역 노무동원 피해자는 26,540건이다.

이들 중 현재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확정된 3건을 포함해 현재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원고를 모두 합쳐도 1천여 명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대다수가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은 피해자들이 권리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해방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데다, 한·일간 외교적 갈등의 중심에 있는 사안이다 보니 그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광복 74년에 이른 오랜 싸움 끝에 지난해에야 대법원을 통해 비로소 법적 배상 가능성을 확인 받을 수 있었다. 그사이 얼마 남지 않은 생존 피해자들은 병마에 신음하며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고, 그 유족들 또한 고령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게 되었고, 한일 양국간 전향적 해결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소송을 추진하게 되었다.

일제 피해자 문제가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3.25~4.5까지 2주 동안 광주시청 민원실에서 광주전남지역 일제 노무동원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하였고, 총 537건의 참여 접수가 이뤄졌다.

이 중 피고기업이 특정되고, 현존하는 일본 기업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이번 1차 집단소송을 진행하게 되었고, 9개 기업, 54명의 원고가 4월 29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였다.

피고기업별 원고는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 19명, 미쓰비시중공업 12명, 미쓰이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 7명,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 8명,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3명, 일본광업(현 JX금속) 2명, 후지코시강재 1명, 니시마쓰건설 1명, 히타치조선 1명이다.

1차 집단소송 원고 중 피해 생존자는 3명이고 51명이 유족이다. 유족 51명 중 자녀가 원고인 경우는 43명이고, 손자가 6명, 조카는 2명이다.

또한 당시 동원되어 현지에서 사망한 피해자는 6명이고, 강제동원으로 인한 부상과 후유장해를 인정받은 경우는 10명이 확인되었다.

피고기업 중 원고가 가장 많은 기업은 19명이 소를 제기한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이며, 작업장은 54명 중 36명으로 탄광 동원이 가장 많았다.

한편, 여자근로정신대피해자는 2명으로 각각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와 후지코시강재로 동원되었으며 두 명 모두 생존해있다.

향후 피해자들을 동원한 기업이 특정되고, 그 현존 여부가 확인되는 대로 2차, 3차 추가 집단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끝으로 우리 정부에 호소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피고 기업이 특정되지 않아 소송 참여조차 하지 못 하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움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일본 기업으로 동원된 피해자들의 명단을 일본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에 촉구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는 문제이다.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반성하지 않은 채 한일 우호나 관계 개선을 하기는 어렵다.

일본정부와 전범기업들은 피해자들이 한명이라도 살아있는 지금, 사죄와 배상에 나서야 한다.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할 때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9년 4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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