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 작가의 포토에세이-섬 이야기2
박쥐 굴 입구에서 세월호 참사 동거차도를 보다

가고 싶은 섬 ‘대마도’ 주민협의회 김종열 위원장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섬을 들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향한 곳은 수 천년 전부터 청정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많은 비화(秘話)들을 만들어 낸 관박쥐가 서식하고 있는 해식동굴(일명 ‘뽁지 굴’)을 찾았다. 

박쥐 굴로 향하는 길은 대마도 1구 마을에서 도보로 20여분 험한 산길을 뚫고 찾아가는 방법과 15분 정도 뱃길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배를 타고 거친 물살을 헤치고 목표지점을 향해 바다로 바다로 나아갔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선장은 남쪽 방향으로 손을 가리키며 ‘저곳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동거차도 해역’이라고 말했다.

대마도와 불과 20여분 거리에 펼쳐진 바다는 5년 전 그날의 참사를 이미 잊어버린 듯 조용하기만 했다. 

박쥐 굴 입구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동거차도가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석산 진성영
박쥐 굴 입구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동거차도가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석산 진성영

배에서 내려 박쥐 굴로 올라가는 길은 말 그대로 ‘험로(險路)’였다. 깍아지르는 벼랑 밑으로 크고 작은 바위를 붙잡고 어렵게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총길이 45m, 높이 8m에 이르는 박쥐 굴은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왔다. 

한쪽 어둡고 음습한 곳에 거꾸로 매달린 관박쥐를 발견했다. “관박쥐”는 ‘거꾸로 매달린 모양새가 어떻게 보면 머리에 쓰는 관(冠)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자고 있는 대마도 관박쥐 ⓒ석산 진성영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자고 있는 대마도 관박쥐. ⓒ석산 진성영
대마도 관박쥐가 무리를 짓고 있는 모습 ⓒ석산 진성영
대마도 관박쥐가 무리를 짓고 있는 모습. ⓒ석산 진성영

그 옛날 대마도에는 집안 잔치가 있으면 아이들이 박쥐 굴로 박쥐를 잡으러 갔다고 한다. 온몸이 기름덩어리인 박쥐를 10여 마리만 잡으면 충분하게 잔치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또, 박쥐 굴은 일제 치하에서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한 확실한 피신처였다고 한다.

다시 뱃길의 방향은 처음 출발했던 대마도 선착장으로 돌아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해변을 찾았다. 아직은 해수욕장으로 선정이 안된 3곳 중 가장 넓고 긴 북서쪽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북서쪽에 위치한 대마도 해변 ⓒ석산 진성영
마을 북서쪽에 위치한 대마도 해변. ⓒ석산 진성영

대마도 해변의 가장 큰 특징은 작고 고운 모래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인위적인 시설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대마도 주민 스스로가 백사장을 보존하는데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보고 싶은 섬! 대마도’ 프로젝트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되어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힐링과 휴양의 섬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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