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베트남을 기억하다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에 대한 기록,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 개최
4월 3일 오후 3시, 베트남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참석해 학살 증언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 민간인학살을 기록한 ‘고경태 기록전,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 (이하 ‘기록전’)’이 오는 4월 3일부터 30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기록전은 광주인권평화재단(이사장 김희중)이 민주인권의 증진을 위해 후원하여,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광주나비, 5·18기념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한베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하여 열린다.

기록전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 주둔지였던 꽝남성 여러 마을의 학살 50주기를 기억하고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고자 2017년 서울을 시작으로 베트남 파병의 출항지였던 부산, 노근리 학살의 아픔을 안고 있는 청주, 4.3이 일어난 제주와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정을 거쳐 5·18의 도시 광주에 왔다.

기획자 서해성은 “퐁니·퐁넛은 한 마을이었고, 광주는 남도의 큰 도시였다.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의 작은 농촌마을 퐁니와 퐁넛은 조금 나중에 쓰러진 노근리였고 오월 광주는 조금 늦게 쓰러진 퐁니·퐁넛이었을 따름이다.

학살은 잊는 만큼 증폭된다. 기억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망각과 맞설 수 있다. 이 전시는 그 망각과 벌여온 한 기록자의 투쟁이자 성찰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7년 공개된 미 국방정보국 비밀문서는 베트남에서 광주로 이어진 학살과 폭력의 고리를 증명하고 있다. 이 문서는 ‘광주에서의 가혹한 대응은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신군부 지휘부가 베트남에서 실전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광주시민은 베트콩이었다’,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학살(68년 베트남 선미마을에서 504명의 민간인이 미군에 의해 학살된 사건)이다’고 적고 있다.

20년 동안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에서 일어난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추적해온 기록자 고경태는 “2000년 퐁니·퐁넛 사진을 처음 입수했을 때 대학 시절 보았던 광주의 사진들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록전을 통해 광주 이전의 광주, 베트남의 광주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기록전은 2000년 기밀 해제되어 세상에 알려진 미 해병 제3상륙전부대소속 본(J.Vaughn) 상병의 68년 학살 당시 사진과 2000년 이후 이 사진을 들고 퐁니·퐁넛 마을을 찾아가 만난 사진 속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4월 3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오픈행사에는 퐁니·퐁넛 사건 당시 8살이었던 피해자 응우옌티탄과 하미마을 피해자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이 함께해 학살의 ‘그 날’을 증언한다.

퐁니·퐁넛마을 응우옌티탄은 당시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 5명을 잃고 본인 또한 배에 큰 부상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와 가족의 이야기는 기록전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한편, 행사 프로그램으로 기록자 고경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전시를 둘러보는 시간도 갖는다.

전시 기간 중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강우일 주교와 함께하는 ‘똑똑콘서트’(4월 6일 오후 3시,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대건문화관), 광주평화기행워크숍(4월 12~13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이 열리고 전시가 열리는 5·18기념문화센터 전시관에서도 상시 전시해설과 평화강좌가 진행된다.

관람시간은 평일·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