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도착, 발포명령 질문에 "이거 왜 이래"
전씨 법정서 공소사실 전면 부인...‘뻔뻔함’ 드러내
광주시민, “5.18학살자 보낼 수 없다” 차량 막기도
5.18단체, 법정 안팎서 “살인마 전두환은 사죄하라”
“광주시민 학살자,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라”, “전두환은 광주를 우롱 말라”,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은 사죄하라”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두한 11일 오후 법정 밖은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광주시민들의 성난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씨 도착 전부터 시민들은 광주지법 후문에 삼삼오오 손팻말을 들고 전씨의 출두를 기다렸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이른 12시34분께 광주지법 후문에 전씨가 도착하여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18유족회 어머니들은 법정 밖에서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전씨를 규탄했다.
전씨는 광주지법 후문 출입구까지 차량으로 도착하여 법정 출입문으로 걸어오다가 취재진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첫 일성으로 "이거 왜 이래"라며 발끈하며 곧장 출입구로 향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과 20여명의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늙은군인의 노래’ 등과 함께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라’,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또 일부 시민들도 “역사와 광주 앞에 사죄하지 않는 그대로 보낼 수 없다”며 고성과 함께 울분을 토했다. 김비호. 양수영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도 시민들과 함께 법정 입구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보고 친구들과 함께 전씨에게 사죄를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5.18단체와 시민들이 구호와 손팻말 시위를 하는 와중에 법원 후문 맞은편에서는 동산초교 5학년 학생 20여명이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 ‘5.18진실을 밝혀라’ 등을 20여분 동안 목청 껏 외치자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동산초교는 고 이한열 열사의 모교다.
전두환씨를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이날 법정에 세운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법정 마당에서 “국민들이 전씨를 법정에 세웠다. 만감이 교차한다. 법정에 세울수 있어서 다행이다. 고 조비오 신부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조 신부는 “역사적인 날이다. 전씨의 법정 출두는 5.18진상규명을 하는데 귀중한 단초가 될 것이다. 전두환씨는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석고대죄하고 잘못했다. 죄를 지었다고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원 정문 앞에는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이 도로 양쪽에서 손팻말 시위를 펼치며 즉석 자유연설과 구호를 외쳤다.
특히 5.18기념재단에서 국제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프라빈(33.네팔)씨와 디아나(24. 필리핀)씨도 전씨의 얼굴이 새겨진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함께 하기도 했다. 디아나씨는 “전두환씨는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많은 광주시민들이 동참하는 모습이 놀랍다”고 소감을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밖은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시민들과 5.18회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씨의 퇴정을 기다리며 “전두환 살인마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법원 정.후문을 봉쇄했다.
특히 전씨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과 5.18회원들은 크게 분노하며 법정을 향해 고성과 함께 구호를 연신 외쳤다.
법정 안에서도 75분간의 전씨 공판이 끝나자 이지현 5.18회원 등 일부가 방청석에서 “살인마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전씨가 순간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광주지법 정.후문을 시민들이 에워사자 경찰병력도 1천여명 이상으로 늘어나 법원 안팎과 정.후문 출입구를 봉쇄하고 만약의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오후 3시 40분께 전씨 재판이 종료됐다는 소식과 함께 전씨와 부인 이순자씨를 태웠던 차량 2대가 법원 후문 출입구 쪽으로 바짝 이동하여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시 이후까지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의 후문 봉쇄가 이어지자 전씨는 입장했던 후문으로 못했다. 이어 전씨의 대기차량들이 갑자기 광주지법 본관 건물 입구 쪽으로 갑자기 이동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차량 뒤를 뒤쫓으며 다시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20여분간 법정동을 빠져 나오지 못한 전씨와 부인 이순자씨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오후 4시15분께 본관 출입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전씨부부를 향해 시민들의 고함과 고성 그리고 구호가 터져나왔다. 전씨도 근접 취재진과 경찰이 뒤섞이면서 힘겹게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나 전씨가 탑승한 차량은 경찰의 호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제지에 막혀 곧바로 법원 정문으로 나가지 못했다. 일부 5.18회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전씨 차량을 가로막고 “전두환은 사죄하라”, "살인마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경찰 호위에 몇겹으로 둘러싸인 전씨 차량은 겨우 정문 앞까지 도착한 후에도 시민들에 막힌 채 서행을 거듭하다가 오후 4시35분께 법원사거리에서 서울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 정문 앞은 광주시민들과 5.18단체 회원 그리고 경찰병력이 뒤섞이며 "학살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는 구호와 전씨를 향한 고성이 오고갔다. 전씨가 사라지자 시민들은 울분을 삭히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전씨의 재판정 안팎서 터져나온 광주시민들의 울부집음은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이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임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5.18진상규명이 왜 필요한지를 반증한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3시30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재판은 단순히 사자명예훼손만 아닌 광주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5‧18유가족과 부상자, 구속자, 광주시민은 민간인 학살, 암매장 및 행방불명자 문제, 발포책임자 규명, 고문 및 가혹행위, 여성 성폭력 및 반인륜 행위, 5‧18에 대한 조직적 왜곡 등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전두환을 비롯한 책임자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5월단체들은 "전두환은 광주시민을 총칼로 학살했지만 우리는 진실을 밝혀 전두환에게 역사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번 재판이 학살을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연극무대가 아니라 뉘우침과 회개의 場(장)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광주시민들은 아직도 전두환의 진심어린 사죄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성숙하고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 볼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8일 오후2시에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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