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와 부인 이순자씨. ⓒ민중의소리 갈무리
전두환씨와 부인 이순자씨. ⓒ민중의소리 갈무리


우리는 다시 한펀의 법정드라마를 보게되었다.
노회한 학살자의 입가 주름엔 여전히 피의 잔영이 남아있다.
전두환 옹(翁)?
당신은 여전히 39년 전의 왜곡된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과 백이 분리된 유체이탈의 연희동 화법을 앵무새처럼 지저귄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부하의 손에 암살되던 순간
당신은 용의 빈자리를 탐했다.
전두환의 전두엽에 교활하고 비열한 권력의 욕망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고 당신은 전두엽의 인형놀이 줄에 조종당한 채 꼭두각시로 살아왔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평화로웠고 소풍가기 딱 좋은 고운 봄날이었다.
당신은 하나회 곗방에서 닭서리와 토끼몰이 사냥을 모의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계엄사령관 위에 군림하며 헌정(憲政)을 유린한 계주였다.
광주 시민은 불의가 법으로 둔갑할 때 저항은 의무가 되었을 뿐이다.
당신이 내린 발포명령의 순간
별들은 빛을 잃고 군대의 명예는 더렵혀졌다.
똥장군은 백성이 배설한 분뇨를 날라 거름을 만들지만
똥별은 해충에 불과했다.

당신의 전두엽이 만들어낸 기억이란 참으로 이기적이고 뻔뻔하다.
살인의 자백을 가장 받아내기 어려운 범죄자는 거짓말 보다 왜곡된 기억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의 세상에서 문명의 역사에서
국민을 적으로 학살한 장군은 이미 패장이다.
당신은 십자가를 진 게 아니라 십자가형으로 다스려야 했다.
당신에게는 이병 계급장도 벅차다.
사법부는 그 모든 삭탈관직으로 사형의 죄를 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성공한 반역의 구데타는 처발할 수 없다,
평화 민주주의 시위를 무장폭도들의 폭동으로 둔갑시킨 자위권 발동.
발포명령자를 감추기 위한 작전권 이원화.
학살자들은 칼에 묻은 피의 흔적을 씻고 총기의 고유번호를 지웠으며 작전서류를 불태웠다.
사법부는 학살자를 위한 교활하고 치밀한 뱀의 혀와 여우의 잔꾀로 해괴망측한 법이론을 만들어 내 면죄부를 준 대신 희생자들에게 진상규명의 증거를 요구한다.

전일빌딩 헬기총탄 자국이 증거다.
광주의 모든 시민이 목격자다.
학살당한 시민군, 가슴 풀리며 성폭행당한 여고생, 여대생, 회사원, 주부들이 증인이다.
행방불명 되었거나 암매장 된 원혼들이 증인이다.
그리고 거리의 나무들과 봄날의 그 모든 꽃과 바람이 증명할 것이다.

우리는 이름없이 사라져간 시민군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류동운, 권근립, 박금희, 김경철, 최미애, 방광범, 전재수...
그리고 또 다른 학살자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최세창, 황영시, 유학성, 소준열...

전두환 옹(翁)?
당신은 끝까지 광주를 능멸하고 희롱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박쥐는 어둡고 음습한 그늘에서 눈 먼 형벌을 감내하며 피를 원한다.
당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예들은 독재가 애국이고 학살을 정의라 숭배한다.
그것만이 군부독재의 태생적 한계를 지닌 당신들의 유일한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역사란 당신들의 사악한 외눈박이 눈빛으로
알량한 단편의 거짓으로 덮고 싶을만큼 진실의 무게는 만만하지 않다.
어디 감히 역겨운 입술로 5월 광주를 입에 담는가.

전두환 옹(翁)?
80년 5월 광주의 봄은 아직 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내일 광주에 오거든 금남로, 충장로, 도청, 광주역, 화순, 나주... 그곳에 한번 들러보시라.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곳이다.
늦었지만 비겁하고 치졸한 전두엽의 미몽에서 깨어나
국민이 호출한 준엄한 단두대에서 마지막 물음에 답하기를 원한다.

자, 지금부터 39년 전 광주로 돌아갑니다.
‘레드 썬! 39년 전, 당신은 광주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피, 총, 칼. 시체. 헬기. 총소리’
‘누가 사격명령을 내렸나요?’
‘전두환’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전일빌딩 상공에 나타난 계엄군 헬기.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옛 5.18묘역(현 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옛 5.18묘역(현 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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