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열아홉의 노란나비

지난 2일 별세한 고 곽예남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 ⓒ광주인
지난 2일 별세한 고 곽예남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 ⓒ광주인

 

억울함과 슬픔에 기대어

일제 강점기 빼앗긴 세월 찾아

대한독립 외치고 외치는 그날

전남 호젓한 대나무 골

꽃피는 달콤한 시간

열아홉의 단아한 꿈 처녀

뒷산 나물캐는 청순함

짓밟는 일본 순사의

처녀공출되어 어처구니 없는

성 노예 되었네

하루하루 감시와 배고픔으로

눈물이 밥 되어 허기진 배 채우며

야수같은 짐승들의 배설

모질과 지겨운 지옥 같은 생활이네

하늘의 선물 해방되었으나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끝나지 않은 길고 긴 여정

구걸과 떠돌이 신세 되어

숨막히게 살았네

부모 잃은 설움 가득채워

천신만고 끝 고향산천 입맞춤하며

주름가득한 얼굴 병마와 싸우는

뒤척이는 시절이네

할머니 속 앓이 애간장 깊이 삭아 내리고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시퍼런 분노

일본 정부 사과 한 마디 듣는 일

그 한마디 듣지 못한 채

고단한 세월 접은 백지의 기억

열 아홉의 예쁜 노란나비

훨훨 하늘 날아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가슴에 채운

우리 할머니 곽예남 어머니.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