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만으로는 안돼...남북간 획기적 평화조치 실행필요

3․1혁명 100주년 기념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만세운동 재현에서 대한독립만세, 민족자주만세, 평화통일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타깝게도 하루 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됐었다. 기대를 가졌던 남북동포와 우리 국민들의 가슴은 철렁했고, 좌절과 한숨이 가득해 100주년 3․1절이 도무지 흥겹지 않았으나 다시 결연하게 민족자주독립만세로 의지를 다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1혁명 10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갖게 된 한반도 평화의 봄은 남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다”며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다행이다. 북미회담 결렬 다음 날이 바로 100년 전 피 흘려 싸운 민족독립의 의지를 새롭게 되새긴 날이 되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일제의 조선찬탈이후 조선강제병합을 거쳐 우리 민족의 고통은 그 얼마나 극에 달했으며, 민족의 자존과 민중의 자유는 그 얼마나 억압되었는가.

그 분노를 딛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 일제의 총갈에 맨몸으로 맞서 조선의 자주독립국가임을 세계만방에 선언했으니, 우리의 자주와 독립이 어찌 쉽게 주어진 것이고 민중의 투쟁 없이 이루어진 일이겠는가.

지금 남북평화와 통일도 결코 쉽게 오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강대국으로부터 호혜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5천만 우리 국민과 7천5백만 우리 동포들의 결연한 자주독립정신과 의지로 만들어 나갈 일임을 3․1독립혁명은 다시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이 바로 그러한 방향을 근본으로 삼아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함을 알려준 것이다. 남북평화의 미래는 이젠 민족자주의 힘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는 협상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북미가 비핵화와 제제완화 의제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상호토론을 한 것이고, 웃으면서 헤어지고 회담 뒤 상호비방을 하지 않았고, 대화재개의 의지를 밝혔으니 협상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것.

결국 머지않은 3차 회담을 통해 진전된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관만 하지 말고 낙관적으로 미래를 다지자는 격려성 분석이자 밀고 당기는 이해의 논리에 선 협상론적 시각에서 나름대로 타당한 시각이다.

둘째는 전략적 관점에서 본 것으로 남북평화실현에서 북미간 협의를 통한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이며 새로운 전략이 요청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반도 분단의 핵심에 미국이 있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도 미국이고, 북한 제재도 미국에서 한 것이니 미국과 북한이 문제를 해결해야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모두 동의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미간 원할한 대화와 협상을 위해 우리 대통령의 중간역할이 있다는 것이 그간 우리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전략이었다.

그런데 작년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전진에도 불구하고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8개월 이상의 평화협상의 지체와 가까스로 마련된 2차 회담의 합의결렬은 이런 북미협상을 중심으로 한 전략은 앞으로 실현되지 않거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트럼프대통령의 미국내부의 정치적인 지지부족과 한반도 평화협상 반대의 상황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 또한 협상론적 관점과 더불어 나름대로 타당한 지점이 있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론 이 두가지 분석이 맞는 점도 있지만 문제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먼저라는 주체론적 관점으로 되돌아 왔다.

작년에 민간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여러 차례의 평화통일 강의와 인터뷰들을 했는데 그 때마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해왔던 필자였다. 

그러나 항상 기대와는 달리 진전이 더딘 현실에 직면하며 당황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2차 정상회담 전에는 평소와 달리 어떤 논평도 하지 않았던 터였다.

사실 우리 국민의 마음이 그랬다. 오랜 단절을 이기고 남북정상이 만나고, 북미정상회담이 되었을 때 그 기대는 어마어마하게 컸고 당장 낼 모레라도 남북평화가 열릴 것 같은 기대가 만발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자주 정체되자 한숨이 나오고, 남북문제에 올인하는 정부가 그것 하나 잘못 하지 않나하는 의심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유한국당같은 극우 보수정치세력은 그런 의심을 끊임없이 정략적으로 조장해 국민총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2차 회담을 준비하며 북미 실무자들이 만났다. 비핵화조치와 제제완화조치에 관한 협상안을 준비했다.

그에 따른 합의서명안도 만들어 놨다. 그런데 트럼프는 실무자 합의를 넘는 영변 플러스 알파(영변 이외 다른 지역이나 시설 혹은 북한 핵 리스트 제출이라 추측함)를 비핵화하라고 던졌다.

회담 이튿날 아침에 느닷없이 그런 생각을 한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시나리오는 이미 준비된 것이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완전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로 일부제제완화를 요구했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다시 완전제제완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결렬을 위해 완전제제완화를 던질 만큼 한가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을 턴데 말이다.

결국 하노이회담 합의결렬은 남북평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비핵화, 제제조치 해제와 종전 평화협상의 과정이 아주 느린 단계적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북미양측의 전략인데 생존수단으로 핵을 근거로 협상하고 있는 단계적 북한전략에 대해 미국은 이번에 통째로 양보를 얻으려는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반대도 커 정치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평화쇼만 하고 무산시켜도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 이번 2차 회담결렬상황으로 이해된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또 달리 주목할 점은 북미간 협상에 대해 우리 정부나 한반도 주변 이해 당사자 국가간 협의나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회담이 미국주도로 진행되고 결국 일부 실패를 예고하는 대목이었다고 판단된다.

싱가폴 1차 북미정상회담 전 우리정부의 미국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준비과정, 미 국무장관의 중국 일본 등의 협의과정을 상기한다면 이번 과정은 이런 과정이 대부분 생략 혹은 무시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시진핑 주석 협의가 중간에 2차정상회담 개최의 동력이 되었으나 중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이제 다시 어떻게 할지로 되돌아 와보자. 이번 2차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과 실패는 미국이나 북한 관계 변수 분석도 중요하지만 첫째가 우리 정부, 우리 국민, 남북 우리 민족의 주체적인 의지와 노력, 강력한 평화통일 프로세스 없는 북미협상만으로는 남북평화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신한반도체제를 위한 주체적인 역할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남북한 정부의 보다 긴밀하고 주체적인 평화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종전과 평화협정, 제제완화 조치는 남북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로 남북교류나 경제 군사협력 등을 남북간에 협의해 왔으나 앞으로 이른 시일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우리 민족간에 교류협력과 평화조치를 실질화시키는 담대한 결단을 해 나가야 한다.

타임테이블이 늦춰질수록 그만큼 남북, 북미, 동북아국가간 평화일정이 지체되거나 시기상실도 있을 수 있다.

셋째는 하노이 회담 결렬과 미국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의 지속적인 대화는 원만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중간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설득 문제가 우리 정부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맞는 중러일 등의 다국간 협력, 특히 비핵평화의지와 동북아경제공동체형성에 의지가 강한 중국과 러시아의 굳건한 평화협력을 얻을 수 있는 신속한 외교적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3․1혁명 100주년 계승의 핵심과제는 우리민족의 자주독립과 남북평화의 실현이다.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굳게 자각하고 단결해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3․1독립선언 정신이다.

하노이 북미 2차회담의 결렬이 반드시 실패라고 보기 어렵지만 남북평화과정이 미국에 의해 주어지지 않고, 북미전략 프레임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내 준 것은 명확하다. 

이란, 이라크에서 경험해 본 바가 있다. 그러니 그 극복 또한 결국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3․1운동으로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험난한 26년간의 국내외 독립투쟁으로 민족독립을 이루어냈다. 3․1정신으로 평화를 위한 남북의 새로운 평화체제를 만들어 내자. 온 국민이 평화통일 만세를 부르며 힘을 돋구어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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