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오래간만에 혼자서 노래방에 갔다. ‘목포의 눈물’을 몇 번인가. 불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청승맞게 눈물은 왜 흐르는가.

무슨 구구한 설명이 필요하랴. ‘목포의 눈물’은 가슴 아픈 노래다. 어렸을 때 ‘목포의 눈물’이나 ‘눈물 젖은 두만강’을 유행가라고 했다.

한 번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노래라는 의미도 있다. 과연 그런가. 어렸을 때지만 이난영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을 듣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저렸다.

‘목포의 눈물’은 전 국민이 애창하는 유행가가 됐고 지금도 국민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다.

뱃고동 울리며 항구를 떠나는 연락선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짓는 것이 어찌 연인과 이별하는 아가씨뿐이랴. 가난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나는 농민도 있었을 것이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고향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떠나는 모든 사람의 공통점은 이별의 아픔이다. 더구나 뱃고동 울리며 점점 멀어지는 연락선을 보며 흘린 그 많은 눈물의 사연은 목포항은 알 것이다.

■목포가 울고 있다

목포 시민사회단체가 28일 목포근대역사관(옛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고사태'와 '자유한국당의 행태' 그리고 목포시의 도심재생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제공
목포 시민사회단체가 28일 목포근대역사관(옛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고사태'와 '자유한국당의 행태' 그리고 목포시의 도심재생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제공

목포가 온 국민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야말로 이해가 상충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겠지만 나의 단순한 머리로 보자면 문화유산 지키기와 건설 투기의 충돌이다. 왜 문제가 되는지도 대충은 짐작이 갈 것이다.

군대 시절 공병으로 복무했던 나는 공병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교관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파괴는 건설’이라고 했다. 파괴해야 건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쫄병의 이해로는 헌 것을 싹 부숴버려야 새것을 건설할 수 있다는 얘긴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한 얘기다.

목포 구도심에 역사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하 경칭생략)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가 갈 길도 알 수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가 문화유산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개발할 수 없다. 만약, 손혜원이 투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문화재 지정’은 고사하고 문화재란 말만 나와도 펄 펼 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문화재 거리로 지정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언론은 그가 투기를 위해 20채의 집을 샀다고 하는데, 옛날 건물인 집은 한 채에 지번이 3~4개씩 붙었다고 한다. 모두 합친 평수는 300여 평. 바보 같은 투기꾼도 다 있다.

어느 방송은 처음 손혜원 관련 보도를 하면서 지번 관련 사실은 언급 없이 그저 손혜원이 집을 20채나 샀다며 투기와 관련이 있는 듯이 한 자락 깔았다.

살도 붙지 않은 투기란 뼈다귀 하나에 온갖 개들이 다 몰려들었다. 그러나 개 목구멍에 넘어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 신뢰만 또 떨어졌다.

■투기의 아이콘 vs 배신의 아이콘

전남 목포시 전경. ⓒ목포시청 누리집 갈무리
전남 목포시 전경. ⓒ목포시청 누리집 갈무리

목포는 박지원 의원(이하 경칭생략) 지역구다. 자칭인지 타칭인지 정치 9단이라고 한다. 박지원을 모른다면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정치 9단이라고 하지 않든가. 박지원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미국에서 가발장사로 돈을 많이 번 박지원은 김대중 대통령을 도왔다.

그와 전경환과의 관련을 거론하지만, 당시 최고 권력 중의 하나인 전경환에게 접근, 가방모찌(죄송)를 하고 싶었던 인간이 하나둘이랴. 그러니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헌신한 공로만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

목포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고 이를 물려받는 것이 박지원이다. 박지원의 목포 지지기반은 금성탕지(金城湯池)라고 한다. 박지원이 낙점하면 당선이란 등식이 지난 목포시장 선거에서 깨졌다. 역시 권불 10년인가.

박지원은 손혜원을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했고 손혜원은 박지원을 ‘배신의 아이콘’이라 했다. 박지원은 손혜원의 투기 논란 초기엔 손혜원을 두둔했다.

그러나 마음을 바꿨다. 부동산(가옥) 매입 수가 늘어나서 그렇다지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한 건물에 지번이 서너 개씩이라는 것을 똑똑한 박지원이 몰랐을까. 그렇다면 박지원의 마음이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도 접자.

■문화재 보호와 아파트건설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전남 목포시 만호동 근대역사문화구역 안 '매입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 SNS 갈무리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전남 목포시 만호동 근대역사문화구역 안 '매입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 SNS 갈무리

문화재 보호가 옳은가. 고층 아파트 건설이 옳은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난 문화재 보호가 옳다고 생각한다. 문화재는 민족의 혼이고 국민의 자부심이다.

밤이면 불도 안 켜 사람도 안 다니는 어두운 거리를 문화재 거리로 만들어 목포시민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목포를 찾는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면 그 아니 좋은가.

고층 아파트를 세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로막고 문화가 숨죽인 거리를 만든다면 그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

이제 손혜원은 목포를 떠날 수 없다. 그는 정치가 아니라 목포의 문화유산과 함께할 것이다. 목포 발전을 위해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박지원 역시 목포를 떠나서는 여생을 말할 수 없다.

‘금귀월래(金歸月來)’는 박지원의 상표다. 그만큼 목포를 위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목포는 박지원에게 충고했다.

목포의 시민단체인 ‘목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박지원의 오락가락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무엇이 오락가락인지 박지원은 잘 알 것이다.

이제 한국당에게 묻는다. 정말로 손혜원이 투기를 했다고 믿는가. 본심을 털어놔라. 손혜원과 김정숙 여사를 함께 엮어 흠집을 내려는 추악한 저의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안다.

그 이외에 무엇이 있는가. 손혜원을 ‘투기의 아이콘’으로 몰아가려고 애를 쓰지만, 목포에도 가 봤으니 잘 알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한가지다. 손혜원이 추진하는 목포 문화재 거리가 성공하고 문화재 보존에 성공사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당도 점수를 딸 것이다.

"손 의원이 모든 재산을 목포에 기부 채납하겠다니 얼마나 좋으냐"

박지원의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영양가 없는 싸움은 끝내자. 박지원과 손혜원이 목포항에서 다정히 손을 잡고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모습이 보고 싶다. 이난영도 웃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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