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 4·16 기억공간 조성’ 촉구 성명서 [전문]

팽목4·16의 기억은 역사다.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 국민들은 팽목항(현 진도항)에 새겨진 비탄과 고통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팽목에서는 참사 현장에서 펼쳐진 수많은 기억들이 ‘진도 국제항 개발사업’이라는 큰 공사 속에 분별없이 묻히려하고 있습니다.

2018년 재개된 진도항 개발공사 계획에는 참사를 기억할 그 어떤 요소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참사 이전과 이후 팽목에 부여된 의미가 확연히 달라졌으나 공사 관련 행정과 기관들은 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팽목기억공간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가 송갑석 의원(더민주당. 광주 서갑)과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팽목항을 기억의 공간으로 조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실 제공
팽목기억공간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가 송갑석 의원(더민주당. 광주 서갑)과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팽목항을 기억의 공간으로 조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실 제공

‘팽목4·16기억공간조성’ 촉구는 진도항 개발공사를 전면 뒤엎자는 것도, 팽목항의 시계를 참사 당시로 멈추자는 것도 아닙니다. 항만 기반시설들과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소박하지만 당연히 있어야할 기억 공간들을 마련하자는 시민들의 지극한 요청입니다.

이에 팽목기억공간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민대책위)는 다음 네 가지 항에 대해 전라남도, 그리고 진도군의 책임 있는 답변과 대책을 요구해왔습니다.

첫째, 진도항에 팽목4·16기록관을 마련하라

둘째, 진도항 배후지 휴게마당을 팽목4·16공원으로 조성하라

셋째, 조성될 팽목4·16공원에 4·16희생자기림비를 건립하라

넷째, 희생자 안치 장소를 기억할 수 있는 표지석을 마련하라

하지만 진도군은 국민대책위의 요구안에 대한 책임 있는 검토와 답변은 커녕 4ㆍ16가족에게 팽목기억관 등 추모시설의 철거를 일방통보하고, 유가족에게 고성을 지르며 압박하는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심지어 유가족이 동거차도 추모시설을 요구한다는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파상적인 언론 공세로 4·16가족들에 대한 오해를 키웠습니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지역민의 피로감과 트라우마를 거론하며 ‘팽목4·16기록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참사의 현장에 기억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304명 희생자들만의 비극이 아니었습니다.

팽목에 새겨진 기억이 아픔과 절망뿐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함에 이 나라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고갈되어가던 그 시간 국민들을 일으켜 세웠던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조건 없이 팽목으로 달려와 그 고통을 부둥켜안았던 5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 목숨을 건 구조활동을 펼쳤던 1000여 명의 잠수사들, 전국에서 달려온 수백만의 국민들과, 삶의 터전에서 일어난 비극의 시간을 함께 감내해준 진도군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봉사와 희생정신은 세대를 뛰어넘어 전승해야 할 역사적 유산이자 또 다른 다짐입니다.

한편, 사람이 죽어가던 그 시각 잘못된 정보로 총체적 혼란을 야기한 이 나라 정부와 언론들이 제 민낯을 보인 현장도 팽목이었습니다.

그 모습 또한 팽목에 남겨진 또 하나의 기억으로 기록되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비추는 등대로 삼아야 합니다. 그 최적의 장소는 바로 팽목이 될 것입니다.

팽목항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의 추념과 안전한 사회를 향한 염원이 모이는 지점입니다. 이러한 ‘추모와 다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지속하게 하는 기초는 현장의 기억이고 기록입니다. 팽목에 4·16작은기록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참사 이후 진도에서 생성된 시민활동에 대한 기억은 ‘죽음’의 이미지가 아닌 ‘극복과 치유’의 공동체 정신이었음을, 생명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워가는 성찰의 장이 팽목이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렇듯 역사가 된 팽목항추모시설들을 공사 방해물로 여기며 대책 없는 철거만을 요구하는 진도군의 불통은 개발지상주의의 구시대 행정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참사는 촛불로 타올라 결국 촛불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이런 당연한 요구를 현 정부가 해결 해줄 것을 믿습니다.

망각은 극복의 길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 아픈 역사의 현장들을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비극’의 트라우마를 넘어 ‘생명과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되살리고자하는 회복의 꼭 필요한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올바르게 지키지 못한 채 참사를 대물림하는 우를 또 다시 반복하겠습니까?

154개 단체와 7,400여명의 국민참여단을 대표하여,

국민대책위는 전남도와 진도군에게 팽목기억공간 조성 및 사회적 기억을 이어가는 역사적 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길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19년 1월 28일

팽목기억공간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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