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작가의 포토에세이- 섬 이야기 2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전통적인 서울의 남산골,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섬 속의 한옥마을이 있다. ​

구실잣밤나무 군락지에서 바라 보는 섬마을 한옥 촌 ⓒ석산 진성영
구실잣밤나무 군락지에서 바라 보는 섬마을 한옥 촌 ⓒ석산 진성영

기와 내부는 현대적인 편리성에 치중을 두었고, 외벽 지붕 구조인 목기연, 내림마루, 용마루, 토벽, 망와, 합각 등 나름대로 전통 방식을 채택하였으나, 분합문은 섬 지역의 강한 바람과 태풍의 영향을 고려해 전통방식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유리문으로 대처한 것을 볼 수 있다.

​-목기연(木只椽: 지붕의 마구리에 다는 부연)

-내림마루(지붕면에 따라 경사져 내린 마루의 통칭)

-용마루(건물의 지붕 중앙에 있는 주된 마루)

-토벽(土壁: 흙을 재료로 하여 만든 벽)

-망와(望瓦: 지붕의 마루 끝에 세우는 우뚝한 암막새)

-합각(合閣: 지붕 양 옆에 박공으로 '人'자꼴을 이룬 각)

-분합문(分閤門: 대청 앞쪽 전체에 드리는 긴 창살문)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섬마을에는 10채의 한옥이 조성되어 주거 및 민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9년 9월 전남 행복마을 조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한옥마을은 농어촌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 풍요와 여유, 전통과 현대, 도시와 농어촌의 어울림을 목표로 조성되었다.​

섬마을 안에 한옥 촌이 조성되어 있다 ⓒ석산 진성영
섬마을 안에 한옥 촌이 조성되어 있다 ⓒ석산 진성영

10년째 한옥에 살고 있는 한영수 씨는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아요. 특히, 여름에는 청각, 시각, 후각을 자극하는 한옥만의 묘한 매력에 심취하기도 하죠. 비가 오는 날이면 빗소리, 풀벌레, 개구리 소리까지 대청마루에 누워 듣는 묘미는 그만이죠. 햇빛 쏟아지는 여름 아침에 한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은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고, 한옥에서 품어내는 솔 향의 시원함은 힐링의 결정판이죠"

​이렇게 한옥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고 여유 있게 만들어 주는 집 그 이상의 가치를 담는다. 처음에는 섬과 한옥의 조화가 왠지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건 나만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섬 속에 위치한 한옥마을은 필자에게 정겨운 장소다. 붓과 한지가 기가 막히게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옥 앞에서 잠깐의 사색에 잠겨 있는 석산 작가 ⓒ석산 진성영
한옥 앞에서 잠깐의 사색에 잠겨 있는 석산 작가 ⓒ석산 진성영

​또한, 한옥은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 일대기를 담은 영화 "취화선"을 기억하게 만든다. 장승 업역으로 출연했던 최민식은 용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열정을 태웠던 장면은 글씨를 쓰면서 꼭 한번 흉내 내 보고 싶은 장면 중에 하나다.

​한옥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답을 찾는다. 누구에게나 쉼의 공간을 허락하는 곳,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선과 점들의 조화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곳, 고요한 사색으로 시조 한 수 읊조르게 만드는 곳.

​그래서, 섬 속의 한옥은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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