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작가의 포토에세이-섬 이야기 2

전남 진도군 조도면 조도 등대길 429에 위치한 하조도 등대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거룩하고 성(聖)스러운 곳이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1907.7~1910.8) 즉위 2년이 되는 해인 1909년 2월 1일에 하조도 등대가 첫 점등이 되면서 뱃사람들에게 빛으로 이어주던 생명선이 되었고,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에서는 뱃길을 안내하는 통로이고 물길이었다.

​올해로 110년의 거룩한 역사를 품은 채 밤바다를 환히 밝히고 있는 하조도 등대.

진도항(구; 팽목항)에서 조도로 들어가는 뱃길.. 창유항 도착 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조도 등대'다. 깎아지르는 기암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하조도 등대와의 첫 대면에서 사람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점등 준비를 하고 있는 하조도 등대 ⓒ석산 진성영
점등 준비를 하고 있는 하조도 등대 ⓒ석산 진성영

등대의 백미는 낮보다는 밤에 하얀 섬광 빛을 보는 데 있다. 초저녁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 하조도 등대를 찾았다. 먼 곳에서 바라봤던 하조도 등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등대 앞으로 흘러가는 거친 물살은 삼킬 듯 서로를 휘감고 요동치는 형태가 마치 진도대교 밑으로 흐르는 그 옛날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울돌목을 연상케 했다. 

하조도 등대의 항로는 목포, 제주도, 인천으로 가는 분기점으로 여객선을 비롯해 화물선, 어선들의 안정적인 뱃길 수호를 책임진다. 하조도 등대의 빛은 최대 39km에 달하고, 등질은 섬백광 10초에 한 번씩 섬광을 깜빡인다. 밤에 항해하는 배들은 섬광 불빛 시간에 따라 어느 지역에 위치한 등대를 지나가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섬 지역은 기후 변화에 따라 해무(바다 안개)가 자주 끼는 관계로 고동소리로 배들의 운항 좌표를 변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초에 한번씩 섬광을 비추고 있는 하조도 등대 ⓒ석산 진성영
10초에 한번씩 섬광을 비추고 있는 하조도 등대 ⓒ석산 진성영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하조도 등대는 1909년 한·일 합방 1년을 앞두고 세워졌다. 물론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자 제국시대의 오명을 쓴 비운의 왕 순종(1907년~1910년) 제위기간에 일이다.

1910년 8월 말 순종 폐위와 함께 강제 한·일 합방으로 그 해 조선총독부가 세워짐으로써 조선 수탈의 역사가 1945년 해방 전까지 이뤄진다.

물론, 하조도 등대 역시 일본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아픔의 역사를 안고 지금에 이르고 했다.

이제 하조도 등대는 뼈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관광자원의 첨병 역할을 하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새섬 조도 방문에서 빠질 수 없는 관광코스로 각광받는 하조도 등대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해양문화유산 1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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