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2월말 단체교섭까지 현재 고용인원. 근로조건 유지키로
'노조 단체협약 고용' 비정규직 3원칙은 누락... 향후 갈등 예고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지회장 박병준)가 광주공장 점거농성 3일만에 노사합의를 최종 타결했다. 그러나 원청인 금호타이어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도급비용 인하 방침을 굽히지 않아 2월말 이후 고용조건과 임금 등을 두고 노사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9일 지난한 교섭 끝에 금호타이어와 ‘노사합의서’에 합의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지회장 박병준)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9일 광주공장 농성 3일만에 노사합의서에 최종 합의하고 농성해산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지회장 박병준)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9일 광주공장 농성 3일만에 노사합의서에 최종 합의하고 농성해산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노조는 "9일 노사합의안을 두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크릴룸을 점거한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청소미화 조합원 100여명이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원 93명 중 투표 76명, 찬성 61명, 반대 15명으로 노사합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노사합의서의 주요 내용 △노사가 근로조건과 단체협약에 관련한 특별교섭을 2월 말까지 진행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재 고용인원과 근로조건 유지 △그 외에 쟁점은 향후 특별교섭을 통해 풀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노사합의서에는 노조가 주장해온 이른바 '비정규직 3승계(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원칙이 포함돼지 않았다.

'비정규직 3승계'가 관철돼지 못한 배경에는 금호타이어가 점거농성 중인 노동자 개별을 대상으로 14명에 이어 20명에게 형사 및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대응에 나선 것이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일 저녁 박병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장(왼쪽)과 박인규 에스텍세이프 호남지사장이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9일 저녁 박병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장(왼쪽)과 박인규 에스텍세이프 호남지사장이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이에 대해 노조는 "비정규직 3승계는 지회가 금호타이어와 이전에 합의하였던 것이었고, 금호타이어가 반드시 이행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비정규직지회는 여러 제반의 상황들을 고려하여 점거 농성을 해제하기로 결단 내렸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노조는 "무엇보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경영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거 농성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있었다"며 "앞으로 조합을 재정비하고 향후 특별교섭과 현장 안에서 투쟁을 통해 기필코 비정규직 3승계에 대한 합의 이행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노사합의에 따라 2월말까지 특별교섭 결과 고용과 노조 단체협약이  노사간 이견이 생길 경우 노사간 갈등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14개 사업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합의에 앞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93명은 지난해 12월 26일 사실상 집단해고를 당한 후 매일 새벽 출근 선전전, 중문 앞 천막농성, 지회장 단식투쟁, 출근투쟁(공장진입)까지 2주 동안 ‘집단해고 철회’ 투쟁을 해왔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청소 업무를 10년 이상 맡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93명이 집단해고를 당하자 지난 7일 광주공장을 점거하여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청소 업무를 10년 이상 맡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93명이 집단해고를 당하자 지난 7일 광주공장을 점거하여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제공

노조는 "현재 금호타이어는 지회 상근집행부와 점거 농성에 참여한 청소미화조합원을 대상으로 고소고발과 함께 수십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엄포했다'며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돈, 평생 갚을 수도 없는 돈을 내놓으라 하고 있다"며 "이것이 금호타이어가 주장하는 윤리경영,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경영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금호타이어의 법적대응 예고를 반박했다.

끝으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는 "금호타이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다른 국면으로 전환됐을 뿐"이라며 "투쟁 기간 동안 보여준 지역사회의 뜨거운 지지와 연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금호타이어 청소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투쟁 과정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광주시 공무원 등은 한 차례도 노조 관계자 등을 만나거나 농성장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광주형 일자리 추진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는 비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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