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소멸 시효’ 기산점 쟁점...“시간 벌어 추가 소송 차단” 의심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14일 광주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이뤄진 근로정신대 3차 소송 판결에 불복해 28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로써, 미쓰비시는 2012년부터 시작된 근로정신대 1,2,3차 소송 과정에서 모든 판결에 불복하는 기록을 남겼다.

일제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역한 고 최정례 할머니의 유가족 이경자 씨가(74. 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4일 법원이 미쓰비시의 항소심을 기각하고 배상판결을 한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함께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제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역한 고 최정례 할머니의 유가족 이경자 씨가(74. 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4일 법원이 미쓰비시의 항소심을 기각하고 배상판결을 한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함께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앞서 광주지법 민사항소2부(김성곤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원고 김영옥(86)씨와 최정례(1944년 사망)씨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5)씨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대로 김씨와 이씨에게 각각 1억2천만원과 325만여원(상속분 기준)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했다.

미쓰비시가 이미 11.29일 대법원에서 여자근로정신대 사건과 관련해 최종 판결이 확정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전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것은, 근로정신대 소송에서 새롭게 제기된 청구권 소멸 시효 시점과 관련해,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하고 있다.

앞서 항소부 재판부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2018. 10. 30.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일본 기업에 대한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하고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그때부터서야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청구권협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청구권 소멸 시효 기산점을 지난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있었던 2차 소송 항소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10월 30일로 봐야 한다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덧붙여 “비록 다른 강제동원 내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전에 일본 또는 대한민국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여러 법률상 쟁점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원고들이 패소시 기판력이 생기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즉, 10월 30일 판결까지는 청구 권리가 확정되지 않았고, 시효를 놓고 논란이 지속된 상태에서는 원고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청구권 소멸 시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시점이 10월 30일로 새롭게 제시된 것은 근로정신대 판결에서 처음이다. 앞서 10.30일 대법원 판결에서는 소멸 시효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지난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있었던 근로정신대 2차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0월 30일을 청구권 소멸 시점으로 처음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청구권 소멸 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2년 5월로 볼 경우 현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 이외에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10월 30일로 판단될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안에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따라서 미쓰비시가 최근 잇따라 판결이 뒤집어 질 가능성이 없음에도 상고한 것은 청구권 소멸 시점을 다시 한번 다퉈보는 한편, 만약 10월 30일로 인정될 경우라고 하더라도, 시간을 지연시켜 추가 소송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려고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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