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학기에 나는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일터를 옮겼다. 오랫동안 읍내나 시내의 큰 학교에서만 생활해온 나에게 전교생이 12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은 학교는 조용하고 깨끗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인다. 개학 첫날부터 수백명의 학생이 운동장에 모여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줄을 서고 구령에 따라 움직이는 학교, 쉬는 시간마다 시장통처럼 왁자지껄 북적거리고 학생들이 와글거리는 그런 큰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점들이다.

내가 이 학교에 와서 처음 들었던 소리는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아니라 교사(校舍) 뒤편의 숲속에서 우는 새소리와 나뭇가지를 흔들고 가는 바람소리였다. 나는 오랜만에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오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 말은 유럽의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리츠 슈마허의 책에서 유래된 이래 오늘날 생태환경학과 생태경제학의 화두가 되었다.  슈마허는 모든 경제 발전의 기본적인 요소는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며, 인간의 마음이 바뀌어야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거대화에 따른 인간의 파멸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을 펼쳤다.  인간은 거대 조직보다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 창조성과 활력, 인간다움을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대주의와 물질주의라는 서구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성장제일’을 외치며 기를 쓰고 달려온 우리는 ‘크고’, ‘빠른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업도 ‘大’기업이 좋고, 도시도 ‘大’도시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학교도 한 학년에 열 몇 학급이 있어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수천 명이 와글거리는 그런 학교에 다니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를 내다보는 이들은 하나 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슈마허의 영향을 받은 인도 출신의 생태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사티쉬 쿠마르는 그의 글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에서 “우리는 학교를 학습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공장의 복제품, 지식 공장으로 바꾸어놓았다“고 비판하면서,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고 친근하고 두려움이 없는 가정” 같은 작은 학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작은 학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우리 농촌지역에서도 이제 학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이다. 정부지도자들이 말하는 ‘비경제적’이라는 논리로 작은 학교들을 폐교시키기보다는 더 좋은 학교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공장 같은 커다란 대규모 학교, 아이들이 숫자에 지나지 않고 탁아소나 아이 봐주는 곳 같은 학교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작고 아름다운 학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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