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1당 한나라당 국회운영 책임 커져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이상헌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열린우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 이달 안에 탈당 절차를 밟기로 함에 따라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인 '여당'이 없어지게 돼 향후 당정관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장 우리당은 '집권여당' 이란 계급장을 떼야 하고 단순한 '원내 제 2당'으로 신분이 바뀐다.
현재 '당정협조업무운영에 관한 국무총리 훈령'은 '여당'의 개념을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총리훈령으로 제정된 '당정협조업무운용규정'은 '여당'의 개념을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을 말한다(2조)'고 정의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여당과 고위 및 실무당정협의 등을 통해 각종 법률안과 주요현안 등에 대해 긴밀한 협조를 해왔다.

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이 탈당하면 법적인 의미에서의 여당 지위는 잃게 된다. 실제로 17대 총선이 끝나고 노 대통령이 입당원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우리당은 `정신적 여당'을 자처했지만, 원내에선 3당으로서 제한된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었다.

우리당이 여당의 지위를 잃으면 특히 당정관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여야 구별이 없어지게 되는 만큼 정부는 그동안 우리당을 중심으로 진행시켜왔던 당정협의를 모든 교섭단체를 대상으로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주관으로 여.야.정 정책협의체가 신설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 2003년 9월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입법부 내에 여당이 사라졌을 때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우리당과 `등거리'로 정책조율 작업을 펼쳤다.

우리당으로선 정부가 정책 입안 또는 변경 등을 위해 여당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지금까지 각종 정책입안 과정에서 독점적으로 해당부처와 의견을 조율할 기회를 가졌지만, 앞으론 이 같은 특권을 상실하는 셈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부와 의견교환이 계속 이뤄지겠지만, 한나라당이나 통합신당모임 등과 함께 `원 오브 뎀(여럿 중 하나)' 차원에서 제한된 의견만 개진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각 정당, 국회 지도부와는 개별적 관계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오히려 각 정당, 국회와 긴밀히 협의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은 여당이 대통령이나 정부와 우선 협의하면 국회에서 여당이 국회에서 그 방향으로 교섭단체들과 협의를 하고 관철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이제 그 단계가 없어진다"며 "각 개별정당과의 관계가 새로 생기기 때문에 정부로선는 각 당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탈당 후에도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여당일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대통령과 당을 이어주던 끈이 사라지는 데다 우리당이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우리당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한나라당과의 '빅딜'을 통해 국정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그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법(로스쿨법) 처리에 대한 협조를 받아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당에 파견돼 있는 행정부 소속 전문위원들의 `원대복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사라진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더 이상 특정정당에 머무를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여야 관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당은 당장 상임위 구성에서도 불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소속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원내 1당 자리를 한나라당에 내준 뒤에도 `집권여당의 책임'과 `관행'을 들어 공석이 된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장 좌석 재배치 요구도 거부했었다.

그러나 우리당이 집권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상실한 만큼 국회운영의 주도권도 원내 1당인 한나라당으로 넘어올 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일치된 견해다.

대통령 탈당으로 여야가 없어지기 때문에 각 당의 책임성도 달라지고, 원내 1당의 국회 책임이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여당이 없어짐에 따라 모든 정당이 각 정책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도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실종'이란 원칙론적인 비판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제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원칙이기때문이다. koman@yna.co.kr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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