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주춤.외부세력 연대 가속화 기대감
예고된 탈당인식 따른 효과 미미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탈당 의사를 밝히고 나서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추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당이 2.14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대통합신당 추진에 의욕적으로 나선 상태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이 향후 우리당은 물론 범여권의 새판짜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우리당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탈당이 정세균(丁世均) 의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범여권의 중심세력으로서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데 긍정적인 뒷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가 여당의 부담으로 전이돼 당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는 이른바 '노무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당의 이미지를 일신하면서 외부세력과의 연대 기반을 구축, 통합신당 창당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의 진로문제에 개입할 명분이 없어진다"며 "다음달 중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공식테이블을 마련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은 이날 민주당과의 선(先) 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직설적이고 공개적, 우선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제안해야 한다. 이제는 '도로 민주당'이란 비아냥거림과 비난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도로 민주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만큼 노 대통령의 탈당이 공식화하기 전에는 공개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발언이다.

우리당은 또 그간 어둡게 드리워져 있던 의원 탈당의 '먹구름'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병호(文炳浩) 당의장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주된 탈당이유가 노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서였는 데 대통령이 탈당하면 그 부분은 정리가 된다"며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구도의 완화를 통해 당내 탈당 움직임이 주춤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이 우리당과의 완전결별이나 정치 불개입으로 직결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또한 노 대통령의 탈당이 수차례 예고돼온 데다 여론의 관심이 한나라당 대선주자간의 검증공방에 쏠려 있어 탈당의 정치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노직계인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대통령은 앞으로 정치적인 행보에서 굉장히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담론과 의제를 선정하면서 정치인 노무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앞으로 정치현안 언급을 자제하기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짐으로써 임기 말 권력누수에 적극 대응할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이 통합신당 작업에서 단기간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정계개편 추진과정에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경우에는 2.14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시적 동거관계를 형성했던 친노 및 비노(非盧).반노 세력간의 갈등이 촉발되면서 내분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의 집단탈당 사태는 물론 더 나아가 당이 양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도 탈당하는 데 친노세력을 계속 안고 가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중요한 것은 대통령 탈당보다는 우리당의 대통합신당 추진실적과 4월 재보선 결과인데 이 성적이 나쁠 경우 당이 혼란에 빠지고 탈당 수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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