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어린이책 대표 출판사인 창비(대표이사 고세현)가 아동서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1977년 2월20일 이원수 동화집 '꼬마 옥이'(창비아동문고 1번)를 출간한 이후 30년 간 낸 책은 모두 315종. 이 중 창비의 대표 시리즈인 창비아동문고는 지난해 12월 출간된 '금이 간 거울'(방미진)까지 모두 231종이 나왔다.

1974년 출판사 설립 3년 만에 어린이책 출판에 나선 창비는 '몽실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 '오세암' '문제아' 등 아동문학계에 많은 화제작을 남겼다. 또 방문판매 전집류 일색이었던 어린이책 시장에서 단행본 위주로 옮겨가는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반공'이 어린이책 주제로 흔히 다뤄졌던 80년대에는 '몽실 언니'를 비롯한 일부 책이 '불온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정부 등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창비 김이구 이사는 "'몽실 언니'는 내용 중 인민군이 등장하는 부분 때문에 정부로부터 판금 압력을 받았고 한국도서잡지주간신문윤리위원회는 86년 창비 도서가 '계층 간의 갈등이나 대립의식을 고취한다'고 공표해 타격을 입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창비 어린이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현재까지 145만 부가 발행된 김중미씨의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 책은 2001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되면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84년 출간된 권정생 선생의 '몽실언니'가 60만 부로 그 뒤를 잇고 99년 나온 박기범 동화집 '문제아'가 23만 부로 3위를 차지했다. 반전 평화운동가로도 알려져 있는 박기범씨는 이 동화집으로 무명에서 스타덤에 오른 케이스다.

창비는 97년 창비아동문고 시리즈 외의 첫 단행본으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낸 이후 출판기획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나는 책읽기' '재미있다! 우리 고전' '우리시그림책' 등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으며 2003년에는 아동 문학 담론의 활성화를 위해 계간 '창비어린이'를 창간했다.

또 2000년대 이후에는 '몽실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 '넉 점 반' 등 어린이책의 해외시장 진출도 확대되는 추세다.  창비는 앞으로 ▲가능성 있는 신진작가 발굴 ▲만화 등 타 장르와의 결합 ▲창작 그림책ㆍ논픽션 부분 확대 등에 중점을 두고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고세현 대표이사는 "무엇보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삶에 밀착된 책을 많이 만들고 우리 어린이책이 다른 나라에 많이 소개될 수 있도록 국제화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는 4월 중순 어린이책 출간 30주년과 계간 '창비어린이' 창간 4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5월에 있을 파주어린이책잔치에서 '창비 어린이책 30주년 기념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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