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화합 일환 3번째 조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 르완다에서 지난 1994년 불과 100일 동안 약 100만명이 살해된 제노사이드(대학살)에 연루돼 복역중인 죄수 8천여명이 화합 차원에서 석방됐다.

르완다 정부는 대학살에 연루돼 수감중인 8천여명과 일반 죄수 1천명 등 모두 9천여명을 19일 석방했다고 현지 일간 뉴타임스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했거나 병 들고 연로한 죄수를 선별, 화합 차원에서 석방하기로 지난 1월 내각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에 이어 모두 3번째에 걸쳐 대학살 연루자를 석방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10여년의 감금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맛 본 수감자들은 기쁨을 억제하지 못했다. 어거스틴 무타바루카란 이름의 75세된 노인은 "지난 13년 동안 이처럼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이는 신이 주신 자유"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대학살 기간 한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내가 저지른 범죄를 고백했다"며 "난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했다는 점을 고향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타바루카는 앞으로 1개월 동안 별도의 재활 캠프에서 생활한 뒤 고향에 복귀하게 된다. 이와함께 셀레스틴 르위바시라란 이름의 73세된 노인은 "내가 어떻게 그처럼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게 됐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잘못을 인정한 나를 용서해준 당국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살 기간 살아남은 희생자.유족단체 회원들은 이번 조치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생존자들의 연합단체인 이부카의 테오도르 심부루달리 회장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이런 조치가 취해진 만큼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석방된 죄수들이 고향에 복귀해 재판과정에서 (그들의 잘못을 증언한) 증인이나 생존자들과 관계가 어떠할 지 우려하고 있다"고 걱정을 표출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 과거에 석방된 죄수들이 생존자들을 살해하거나 협박한 경우가 발생했다"면서 "그같은 일은 (정부 당국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석방조치에 앞서 이미 6만여명의 대학살 연루자들이 석방됐으나 이중 일부는 다시 범행을 저질러 재수감된 것으로 뉴타임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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