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뉴스에 보도된 사건이나 사고의 사망자 수가 한 두 명일 때는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지만 대량 학살처럼 사망자가 많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무뎌진다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폴 슬로비치 교수 등 연구진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 발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등 첨단 매체로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를 접하면서도 대부분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이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어린이 8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3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다음에는 한 어린이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아이의 치료비로 3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해 준 결과 피실험자의 대부분은 많은 어린이를 외면하고 한 어린이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다른 실험에서 굶주린 아프리카 소녀의 사진과 굶주린 아프리카 소년의 사진, 그리고 둘이 함께 있는 사진 등 3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하나씩 보았을 때는 소녀와 소년에게 같은 정도의 동정심을 보였지만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동정심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비치는 "이 연구는 우울한 심리학적 경향을 시사한다. 우리의 감정 능력은 제한돼 있어 상대가 둘만 돼도 무뎌지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희생자에게는 우리가 동정심을 보이지만 희생자의 숫자가 늘어나면 무덤덤해진다"면서 "88명이 죽는다 해서 87명이 죽는 것보다 더 가슴 아파 하지는 않는다. 이는 생명 하나하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문제가 커질수록 우리가 점점 무감각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르메니아와 우크라이나, 나치 독일과 르완다 등에서 일어난 지난 세기의 대량학살 사태에서 인류사회의 무감각이 드러났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방치한 인간의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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