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우리땅' 세리모니
(창춘=연합뉴스) 최재구기자 = 31일 중국 창춘 우후안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0m 계주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팀이 시상대에 '백두산은 우리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올라서 있다. jjaeck9@yna.co.kr/2007-01-31 23:39:05/
(창춘=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고구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중국 창춘(長春)에서 치러진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이 역대 동.하계 아시안게임을 통틀어 최악의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40억 아시아인들의 순수한 겨울스포츠축제가 중국의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식 표기)을 홍보하는 선전장으로 전락했고 주요 경기에 자국 심판 끼워넣기로 `편파판정'의 극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회조직위원회 운영 미숙까지 겹쳐 취재진들로부터 `동네잔치'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개최국 중국은 대회기간 내내 창바이산을 집중 홍보하며 백두산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려는 검은 의도를 드러냈다.

취재진이 밀집한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지난 해 9월 성화를 채화했던 백두산 천지 모습을 담은 홍보 책자가 대량 배포됐고 심지어 개회식 공연에선 창바이산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한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이 중국 영토임을 부각시키려는 계산된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이 백두산 천지(天池)의 절반 가량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지린(吉林)성이 중국쪽 백두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물의를 빚은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양국 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순수한 스포츠 행사를 창바이산 홍보 수단으로 사용한 건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중국은 일방적으로 백두산의 세계자연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해왔고 백두산에 스키장을 만들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해 양국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전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백두산 공정'의 결정판으로 삼은 건 스포츠 제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선수들이 3,000m 계주 시상식장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피켓 세리머니를 펼친 것도 한국인의 이런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 규정을 위반했지만 그 빌미는 중국이 제공한 셈이다.

편파판정과 중국의 자국 심판 전진 배치도 이번 대회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한.중이 치열한 메달 경쟁을 펼친 쇼트트랙은 편파판정의 대표적인 사례.

중국은 개최국 심판 배제의 국제스포츠 관례를 무시하고 쇼트트랙 주심에 지난 1996년 하얼빈 대회 때 편파판정 논란의 장본인인 왕시안을 기용하고 부심 2명도 자국 심판으로 채웠다. 심판 5명 중 한국과 일본 심판 1명씩을 제외하고 3명이 중국인이었다.

편파판정 우려는 결국 지난 달 30일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의 남자 간판인 안현수(한국체대)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추월 과정에서 중국의 리예와 신체 접촉이 있었다며 안현수의 실격을 선언했고 결국 자국 선수인 후저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또 백두산 세리머니가 연출됐던 여자 3,000m 계주 때는 중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밀치는 반칙 플레이가 카메라에 잡혔지만 중국 심판들은 눈을 감았다.

자국 심판 끼워넣기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문제가 됐다. 지난 2일 한국-중국 본선 풀리그 2차전 때 자국 선심 한 명을 심판진에 포함한 것. 한국 선수단은 국제 관례를 무시한 몰상식한 조치라고 항의, 경기가 10분간 지연됐는데 조직위는 적반하장격으로 한국 코치진 징계 움직임을 보이다 철회했다.

조직위의 초보적인 대회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일 국가가 메달 3개를 가져갈 수 없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이 있음에도 종목별로 중국 선수들의 대거 출전시켜 메달을 싹쓸이한 뒤 뒤늦게 다른 나라의 4위 선수에게 메달을 내주는 해프닝을 속출했다. 또 MPC의 열악한 통신 환경과 이동 교통수단 미비도 `최악 대회' 오명을 벗지 못한 요인들이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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