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어머니 강복덕 님이 부삭(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석산 진성영


부삭(‘아궁이’를 의미하는 전라도 방언)은 80평생을 살아 온 어머니의 인생이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3번 장작불을 지펴야 했고, 장작불이 타고 남은 빠알간 숯불은 겨울철 군고구마를 구워먹기 좋은 완벽한 장소이기도 했다.

부삭을 통해 구들장(방바닥)으로 연결되는 가장 따뜻한 아랫목은 아버지 자리였고, 다음이 큰아들..어머니는 부삭과 가장 거리가 먼 한데에서 잠자리를 청해야 했다. 

지금처럼 석유, 가스 보일러에 이르기까지 난방시설이 잘되어 있는 시골집의 부삭은 이미 그 기능을 잃은지 오래다.

2017년 추석을 며칠 앞두고 어머니는 부삭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옛집에서 지낼 때는 부삭이 마당 어귀에 2개나 있어서 자유롭게 불을 지피고 이런 저런 손 노릇을 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의 새집은 솥 단지 하나 걸어 놓을 때가 없다고 늘 나에게 토로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집 뒤 텃밭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남은 벽돌을 이용해 부삭 만들기에 들어갔다. 처음 만들어보는 일이라 어머니는 그 주변을 떠나지 않고 계속 나를 지켜보았다.

“솥 단지를 먼저 올리고 본을 떠라”

이렇게 저렇게 옆에서 코치하는 모습을 보며 모처럼 신이 난 어머니를 보면서 나 또한 즐거웠다. 어머니가 부삭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결코 긴 세월 동안 함께한 그리움이나 향수가 아니었다. 부삭의 쓰임이 많고 적음을 떠나 부삭 앞에서 불을 지피는 동안은 마음이 편안해 진다는 어머니..
 

어머니와 함께 만든 부삭(아궁이)에 첫 불을 지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석산 진성영


막내아들이 손수 만든 부삭은 투박 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한 눈치였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와 나란히 부삭 앞에 앉아 첫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들에게 부삭의 기억은 어둡고 침침한 곳이었지만, 불을 지피는 동안은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는 어머니의 자유로운 공간이었고, 늘 가족의 건강 밥상을 책임져야 했던 사명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부삭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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