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문]

국회가 책임져라 !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즉각 통과시켜라.

지난 12월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 입사한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하청업체 계약직 24살 노동자가, 홀로 4km에 이르는 석탄운송설비 야간 점검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재사망 기업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원래 정규직이 하던 업무지만, 발전소의 외주화 구조조정으로 외주하청 업체로 떠넘겨 졌다.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외주업체의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1인근무로 되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가 24일 더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죽음의 외부화를 금지하고 산재사망 기업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는 즉각 통과시키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 제공


이윤을 위해 위험한 업무를 마음대로 외주화 할 수 있고, 하청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이 책임지지 않은 사회구조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법제도 개정마저 방치한 국회도 공범이다.

그가 숨진 지 8일 만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안법 전면 개정안을 다루겠다며 법안심사 회의를 열었다. 회의 자리에서 여야는 서로가 적극적 이지 않았다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하청 노동자 김군의 사망사고 이후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2년 7개월 동안 방치해 놓고서는 “국회가 임무를 방기해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 사이 구의역 김군의 죽음이 태안화력발전소 등 여러 비정규직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반복 되었다.

사고 이후 결성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산안법 전면개정’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주요 요구로 하고 있다.

정부의 산안법 개정안에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및 산재사망 처벌강화,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 제한, 특수고용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국회는 오늘 열리는 고용노동 소위원회 회의에서는 반드시 산안법 전면 개정안 통과시켜라. 이후 26일 법사위, 27일 본회의까지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법안을 마련하여 온전히 통과시켜라.

반복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앞에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 제2의 구의역 김군, 제2의 태안화력 김용균을 막기 위해서는 철도 지하철의 선로 및 승강장 안전문, 화력발전소 시설유지업무, 방사선 취급업무 등 위험작업의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누락된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의 하한형 도입을 추가하여 기업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산재사망은 정치권의 단골 메뉴였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현장에 달려가 법 제도 개선을 공언하고, 국정감사 때마다 하청 산재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시기에는 각종 정치 공방을 하느라, 수많은 법 개정안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폐기 처분되었다.

이번에도 일부 법안만 야합해 통과시키거나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실효성 없이 해놓고는 생색내기에 그칠까 심히 우려스럽다.

고인이 생전에 바라고 요구했던 위험의 외주화 중단,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가 응답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매년 2,400명 산재사망을 방치 하는 국회를 다시 한 번 강력히 규탄하며, 산안법 전면개정안을 반드시 심의 통과시킬 것을 엄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8년 12월 24일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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