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시청 앞서 기자회견... 항의문 광주시장에 전달

기자회견문 [전문]

“사죄도 반성도 없는 일제 전범기업은 인권 평화도시 광주에 발 디딜 수 없다”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는 최근 D-200일 기념 이벤트 행사 경품으로,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 계열사 제품인 (주)니콘(Nikon) 콤팩트 카메라를 경품으로 내 걸었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20일~9.30일까지는 추석맞이 ‘광주수영대회’ 6행시 짓기 이벤트를 실시해, 5명에게 니콘 콤팩트 카메라 5대를 지급했다. 

이벤트 경품으로는 니콘 카메라가 유일했다. 후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니콘 카메라를 홍보해 주는 기회였다고 봐야 한다. 

평생을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사죄 한마디 못 듣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나 일제 피해자들 투쟁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김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일제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니콘 카메라를 경품으로 내건 광주세계수영선수권조직위원회의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민모임은 회견 후 항의문을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전달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니콘(Nikon)은 이미 ‘세계수영연맹(FINA)’ 공식 후원사로 정해져 있어, 조직위원회가 별도로 어떤 선택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그렇게 쉬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니콘은 일본을 대표하는 미쓰비시 계열사 중 한 기업으로, 미쓰비시는 2012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자료를 통해 확정한 299개 일제 전범기업 중 한 곳이다.

미쓰비시는 특히 일제강점기 가장 많은 한국인을 동원한 제1의 전범기업이다.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동원된 규모가 무려 10만명 정도였으니, 미쓰비시는 무고한 조선인의 고혈을 짜낸 인골탑(人骨塔)으로 지금의 부(富)를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 들어가면 송장이 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일명 지옥섬으로 알려진 나가사키 인근의 ‘군함도’ 탄광을 운영한 기업 또한 바로 미쓰비시다. 우리는 군함도 탄광을 운영했던 미쓰비시머트리얼(옛 미쓰비시 광업)이 2015년 세계유네스코산업유산 등재 직후,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미군 포로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고, 중국인 피해자들과는 집단적 화해를 추진하면서도, 같은 시기 같은 현장에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배상을 거부한 것이 그것이다. 그 이유가 더 기가 막힌다. “한국은 식민지여서 일본 국민으로 동원되었기 때문에 배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니콘(Nikon)을 단순히 미쓰비시 계열사라는 이유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니콘 그 자체로 일제 침략전쟁에 과정에 막대한 이윤을 올린 전범기업이다.

2014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4년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강제징용 기업명단 및 일본 내 강제노역지 현황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니콘 역시 새로 확인된 강제동원 기업 66곳 중 한 곳으로 전범기업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전범기업 니콘의 행태는 과거에 그치지 않는다. 니콘이 운영하는 전시회장인 '니콘 살롱'은 2012년 6월 일본에서 활동하는 안세홍 사진작가와 사진전 전시 계약까지 마쳤지만, 사진전의 주제가 ‘일본군 위안부’인 것을 빌미로 전시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특히,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서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 중 가장 많은 사건으로 제소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성의 태도라고는 일체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지난 11월 29일 대법원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미쓰비시의 책임을 인정하자, 미쓰비시는 판결을 문제 삼더니,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10대 어린 나이에 동원돼 강제노동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지금껏 외면하는 것은 물론, 한국 사법부 최고 법원인 대법원 판결조차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기가 찰 일이다.

내년에 치러질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슬로건은 시대적 조류에 맞게 “평화의 물결 속으로”이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온 광주에서 인류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다. 사죄도 반성도 없는 일제 전범기업은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 발 디딜 수 없다.

일본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판결로서 확정된 법적 책임마저 보란 듯이 조롱하고 있는 미쓰비시를 두고 이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광주시와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명확히 당부한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인류의 평화공존을 모색하자는 세계인들의 축제에,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조차 없는 일제 전범기업이 웃으며 발 디뎌서야 되겠는가?

2009년 미쓰비시자동차가 광주에 발을 디뎠다가 시민들로부터 호된 대가를 치른 뒤 최종 철수한 역사적 사례가 말해 주고 있다. 보편적 정의에 반하는 반인륜 기업이 더 이상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광주시와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 협력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8년 12월 24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