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어머니를 편히 모시기 위해 옛집을 허물고 그 위에 새집을 지었으나, 어머니는 새집에서 6개월 정도 지내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지금은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새집에서 함께 지냈던 시간보다는 옛집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오늘 나에게 목마름으로 다가온다.

2016년 어느 여름날.
 

여름 휴가 온 막내아들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석산 진성영


1주일간의 여름휴가를 홀로 사시던 어머니와 함께 보내기 위해 새 섬을 찾았다. "어머니 살아 있는 동안 휴가는 늘 어머니와 함께 한다"는 자신과의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어머니도 이때쯤 막내아들이 시골에 내려온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어머니가 좋아했던 왕 자두와 이른 무화과를 양손 가득 안고 집으로 들어갈 때면 옛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막내아들을 반겼다.

"어서 와라! 어서 와.. 무작에 덥지"

시골집 마루에 걸터앉아 그 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다 보니 중천의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저녁을 한다며 아궁이에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 막내아들 온다고 미리 준비해 놓은 토종닭 백숙을 하기 위해서였다.

예나 지금이나 시골 아궁이는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이곳 집 마당 한쪽에 놓인 아궁이에서 정다운 이야기 꽃을 피웠던 기억들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저녁 밥상머리에 토종닭이 올라왔다. 더하여 동충하초 약술까지 내왔다. 잔뜩 피곤한 날에는 한 잔씩 하시라고 몇 년 전에 내가 보내드린 건강주였다. 급기야! 어머니는 기분이 좋았는지 육자배기 한 곡조를 꺼내 들었다. 지금 연세에 비해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육자배기는 남한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낸다.

이 행복한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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