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11월 6일부터 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다.

‘아시아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를 주제로 5·18민주묘지 참배, 포럼, 문학 난장, 낭송제, 아시아작가 팟캐스트 등으로 꾸려진 이번 페스티벌에는 대만, 몽골, 베트남, 일본, 중국, 필리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40여명의 시인과 소설가가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팔레스타인 문학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팔레스타인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자카리아 무함마드는 현재 평화는 정치계의 권력자들에게 포위됐으며 평화란 존엄성, 권리, 공평함, 민주주의와 동행되어야 한다며 시 한 편을 낭송했다.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가한 작가들이 11월 9일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인


그가 낭송한 시는 팔레스타인의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쓴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였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팔레스타인의 문학인만큼 시의 전편을 소개하려 한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중에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비둘기들의 모이를 잊지 말고/ 전쟁에 나가는 가운데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평화를 구하는 이들을 잊지 말고/ 수도세를 낼 때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물을 마시려면 구름을 빨아야만 하는 이들을/ 그리고 당신의 집으로/ 귀가하는 중에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텐트 속의 사람들을 잊지 말고/ 잠 속에서 별을 헤아리는 중에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잠잘 곳이 없는 이들/ 은유로 자신을 자유롭게 할 때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말할 권리를 잃은 이들/ 멀리 있는 타인들을 생각하는 중에도/ 너 자신을 생각하라/ 그리고 말하라: 내가 어둠속의 촛불이 되었으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평화란 ‘전쟁이나 갈등이 없이 평온함’을 뜻한다. 전쟁과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최고의 전사인 아킬레스조차 트로이 전쟁에 염증을 느꼈다. 하지만 인류에게 평화란 여전히 요원하다.

세계 전역에서 전쟁과 테러가 지속되고 있으며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의 화해국면 속에서도 어렵사리 조성한 평화의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세력들이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카리아 무함마드를 비롯해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학자들 역시 정치계의 권력자와 글로벌 자본가들로 인해 평화가 위협받아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갈등을 조장하고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고 수익을 창출했던 특권층은 처벌받기는커녕 지금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세계 전역에 분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에서 지켜볼 수 있지만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텔레비전을 끔과 동시에 함께 꺼진다고 지적했다.

더해져가는 특권층의 탐욕과 무뎌져가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혼재된 가운데 그래도 아시아의 문학은 평화를 노래하자고 외쳤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소개한 이유다.

절망 속에서 잠든 이들을 깨우는 것,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 어긋나버린 사회를 되돌릴 미세한 틈을 마련하는 것,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쓰는 것. 이것이 이시대에 문학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고 외치며 아시아의 작가들은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가한 작가들이 11월 6일 옛 5.18묘지(민족민주열사묘역)을 방문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어느 강연에서 “문학이 하는 일이란 타인에 대한 판단을 최대한 유보하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문학이 타인에 대한 판단을 최대한 유보하게 하는 사이에 우리는 유보된 시간동안 타인을 좀 더 이해해보려 노력해야한다.

작가들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란 문학의 과육을 손쉽게 따 먹는 것이 우리의 권리라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의무가 되어야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신형철은 그의 신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폭력을 다른 사람에 대해 섬세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깝게 사립유치원장들의 뻔뻔함만 보아도 평화를 위협하는 특권층의 탐욕을 우리가 어쩔 도리는 없을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된 서로가 모여 우리가 됐을 때 평화에 한 발 짝 더 다가 설 수는 있을 것이다. 2016년 촛불혁명을 비롯해 역사가 증명하듯 쪽수 앞에서 이기는 장사는 없다.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09호(2018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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