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생각하며 섬 이야기를 기고하다 생각지도 못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잠시 휴면기를 가졌던 지난 1년, 이제 다시 용기를 내어 “새 희망”의 글을 쓰려고 한다.

2017년 11월 21일,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그 당시 병원 주치의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하니 준비하라는 절망적인 말을 했었다.

그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주일에 한 두번씩 어머니를 뵈러가는 날이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시는 어머니.. 위로해 드리기 위해 찾아간 어머니는 반대로 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무언의 격려를 해 주신다.
 

지난 2018년 11월 21일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1년 되는 날에 어머니를 찾았다. ⓒ석산 진성영

 

나 역시,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섬 작가로 활동한 지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섬의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한 번씩 겪었고, 두 번째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어머니가 쓰러진 날로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의 놀이터(밭)는 무방비로 방치되었고, 온갖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랐다.

어머니가 평생을 일구면서 7남매를 키워냈던 밭이 하필 도로변을 경계로 위치하다 보니 차를 타고 오고 가는데 흉물스럽게 방치된 것을 보며 내심 창피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잡초 하나 자라지 못하게 깨끗하게 관리했던 밭이었다. 

그런 인생 밭을 어머니가 안 계신다고 해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농사를 짓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과일나무를 심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나무는 2018년 2월에 심었던 매실과 아로니아였다. 심은지 1년이 안되었지만 계절의 변화에도 현재까지 잘 자라고 있다. 2018년 12월 1일에 두 번째로 심은 나무는 슈퍼 오디, 왕자두, 무화과 각 10그루씩을 심었다.

 연이어 12월 5일에는 호두나무, 체리나무 각 5그루씩을 심었다. 평소 안 쓰던 몸을 혹사하다 보니 온 몸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했고, 손에는 물집이 잡혀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육신의 아픔은 그때뿐, 마음만은 편안하고 즐겁기만 했다.
 

어머니 강복덕 님이 평소 좋아하셨던 과실수를 심어 논 모습. ⓒ석산 진성영


비록,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언어ㆍ오른쪽 수족 마비가 되어 말을 못 하지만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또렷하게 알아보신다. 몇 달 전 서울에서 가족들이 내려왔을 때 어머니는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 내셨다.

조만간 목포 올라가는 날, 시골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즐거워하실 것 같은 어머니의 환한 표정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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