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칼럼 ]

사랑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다.
꽃을 한가득 안고 강인한 얼굴로 온 마음을 전달하는 이.
반지를 안주머니에 넣고 살며시 꺼내어 건네며 표현하는 이.
그저 지극히 바라보며 말로 입술로 표현하는 이.
통화하다가 뜬금없이 표현하는 이.
그저 부끄러워 말로 못해 문자로 표현하는 이.

가지각색인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강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무기로 삼아 표현을 한다고 한다.

항상 보고 자라면서 들었던 익숙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을 한다든지, 직업적인 환경에서 배우는 특별한 이벤트에 힘을 빌려 표현을 한다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아무렇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에 용기를 더해 마음의 진심을 표현한다든지……. 음악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아트가이드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자신 있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은, 오선지에 멜로디를 그려 그 천상의 울림을 악기로 대신하여 재현하는 것으로 실제로 많은 음악가들이 그들의 따뜻하고 설레지만 때로는 정열적이고 슬펐던 다양한 모습들의 사랑을 멜로디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현식의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의 노래처럼 클래식 음악가들도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또 한번쯤은 사랑에 웃었던 사랑에 대한 다양한 마음의 표현을 그들은 작품에서 오로지 사랑의 기쁨만을 표현한 것이 아닌, 사랑의 슬픔마저도 온전히 뼈아프게 사무치도록 멜로디와 음색에 의존하여 못다한 마음의 진심을 담고 있다.

다채로운 색과 감성을 자아내는 가을 막바지와 어우러져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사랑 음악’ 이라는 의미를 담아 함께 공유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사랑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길 바라면서 몇 곡 추천한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프라일리그라트(F. Freiligrath)의 시에 곡을 붙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리스트의 <사랑의 꿈>. 리스트는 자신의 지독했던 첫 번째 사랑을 끝내고 두 번째 사랑을 맞이했을 때, 현재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자신의 애절한 사랑의 표현을 이 곡에 담아냈다.

감미롭고 은은하게 사랑이 시작되는 것 같은 멜로디가 사랑의 감정이 진해지듯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지만 평온하고 행복한 사랑을 꿈꾸는 어느 연인들의 마음처럼 멜로디는 다시 평온해지며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흐른다. 사랑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이대로 평온하게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의 순간을 공유하며 듣기에 최적의 곡이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베토벤의 사랑은 참으로 불행했다. 얼굴이 못생겼다고 하여 퇴짜를 맞았고, 돈 없는 가난한 음악가였다고 여자의 부모에게 반대와 멸시를 당했으며, 나이가 많다고 거절을 당했으니 베토벤의 사랑의 끝은 그지없이 처참하고 불행했을 뿐이다.

강인하고 운명을 거슬러 승리를 갈구했던 베토벤의 앞모습과는 달리 부드럽기 그지없이 순수하고 다정하게 사랑을 갈구했던 베토벤의 뒷모습이 만들어낸 <엘리제를 위하여>는 사랑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이들이 무심코 들려주기에 최적한 음악이 될 것이다.

마치 버릇처럼 늘 통화하는 가벼운 대화 속에서 무심코 건네는 사랑의 언어처럼 말이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엘가가 사랑하는 자신의 약혼녀에게 반지를 건네는 대신에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무기로 아름답게 멜로디로 만들어 건넸던 곡으로 클래식의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곡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평온한 일상생활 속에서마저도 가장 널리 쓰이는 곡이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변함없이 지나가는 일상이라고는 하는 그 시간이 때로는 평온한 행복이 깃들어있는 시간이라고 느끼듯 항상 곁에 있는 사랑이 ‘때로는 가장 행복한 사랑입니다’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에 살며시 고백하듯 들려주면 참 좋은 음악이 될 듯하다. 올 가을엔 사랑을 표현하라는 방법의 하나가 이들의 음악으로 대체된다면!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08호(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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