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노점상 김정순 할머니, 6일 전남대에 기부

“못 배운 한…8살 때부터 장학금 다짐”

노점상 할머니가 장학기금 1억원을 전남대학교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산리에 사는 김정순 할머니(73)는 6일 전남대학교를 찾아 정병석 총장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김정순 할머니는 22년전 홀로 된 이후 함평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2남 2녀를 키워오다, 7년 전 우연히 상무지구 길거리에 고구마를 내다팔면서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다.
 

채소 노점상으로 모은 1억원을 전남대학교에 쾌척한 김점순 할머니(오른쪽)가 6일 정병옥 총장과 기부증서를 보이고 있다. ⓒ전남대학교 제공


노점이 조금씩 자리잡으면서 늙은 호박, 깨, 양파, 고추, 대파, 콩, 팥 등 보따리 수도 함께 늘었다. 그 때문에 버스기사의 모진 구박도 들어야 했지만, 차비 500원을 아끼려고 짐을 들어 올리고 내려야 하는 환승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 할머니 집에는 보일러가 없다. 깻대처럼 밭농사에서 나는 부산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산다. 그 흔한 핸드폰도 없다. “그런 것 저런 것 다 하고 나면 이런 장학금 못내놓지라우.”

할머니의 손 끝 마디는 굽어있다. 성한 손톱도 찾아보기 힘들다. 억척스럽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손가락이 갈퀴처럼 굽을 정도로 열심히 살면서 이 돈을 모았어요. 대기업 회사들에 비하면 적을지 몰라도, 우리같은 사람에겐 큰 돈”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1946년생인 김 할머니는 어려서 못 배운 한이 지금도 가슴에 맺혀있다. “8살 때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함평 해보서교를 두 번이나 갔었는데, 아버지가 ‘계집아이가 나돌아 댕기면 못쓴다.’며 책보를 뺏어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돈 벌어서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약속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소 들뜬 목소리로 “전남대학교에 난생 처음 와 봤다.”며 정병석 총장에게 안긴 김 할머니는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기쁜 날”이라고 두 번 세 번 되뇌였다.
 

전남대에 1억원을 쾌척한 김점순 할머니가 상무 금요시장 노점상에서 채소를 팔고 있다. ⓒ전남대학교 제공


거액의 장학금 기부자이지만, 김 할머니의 생활은 앞으로도 변함없다. 상무지구 길거리 좌판이 상무금요시장 노점번호 ‘라-11’로 옮겼기에, 한 숨 돌릴 만도 하지만, 상인들이 개근상을 줄 정도로 지극정성을 다했던 데다, “장학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건강이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후원할 생각”이니, 게으름을 부릴 여유가 없다.

김 할머니는 1만원짜리 현금뭉치와 1천만원짜리 수표를 ‘야채 담는 파란색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돈 봉투를 건네고서야 “이제야 비로소 배움에 대한 깊은 恨과 응어리를 풀게 됐다”며 “매년 학기 초에 대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주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병석 총장은 기부증서보다도 김 할머니의 손을 먼저 부여잡은 채, “전남대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김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전하고,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는 인재를 키우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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