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식객'과 '미스터 초밥왕'이 만났다. 만화 '식객'의 작가 허영만(58)씨와 '미스터 초밥왕', '미스터 맛짱' 등을 그린 일본 만화가 데라사와 다이스케(寺澤大介. 48)씨는 3일 오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음식'과 '만화'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행사는 '음식'을 주제로 한 일본국제교류기금 한ㆍ일 문화교류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것으로 만화 칼럼니스트 선정우(코믹팝엔터테인먼트 대표)씨가 질문자로 나서 대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두 작가와의 일문일답.

--양국 음식에 대한 인상은.

▲(데라사와. 이하 데) 한국 음식은 맵다는 인상이 강하다. 먹어본 것 중 가장 매웠던 것은 낙지 볶음이었는데 머리에서 땀이 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불고기나 부침개 등은 일본에서 인기가 많지만 한국 음식이 일본에 정착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허영만. 이하 허) 일본 음식은 모양과 색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대체로 달고 반찬 수가 적은 대신 음식마다 계란이 빠진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본에 같이 간 후배가 당분간 한국에서 계란을 못 먹겠다고 할 정도였다.(웃음) 생선회도 일본이 생선을 숙성시켜 맛 위주로 먹는 대신 우리는 활어를 많이 먹고 씹는 맛을 중시한다.

--요리 만화의 특징과 작업의 어려운 점은.

▲(허) '식객'은 음식을 주제로 한 최초의 국내 만화인데 3년 간 준비작업을 거쳤다. '미스터 초밥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결 구도로 가는데 나는 가급적 경쟁 구도를 피하고 주로 사람 사는 모습에 음식을 슬쩍 끼워 넣는 식으로 가져간다.

만화는 흑백이기 때문에 음식의 색이나 맛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문하생들에게 '칼싸움 하는 만화는 칼을 섬뜩할 정도로 그려야 하고 음식 만화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그려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데) 맛에 관한 추억은 오래 지속되고 요리와 관련한 이미지는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많다. 혼났을 때 눈물 콧물 흘려가며 먹은 밥맛은 어른이 돼서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독자들에게 그런 기억을 불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스토리나 인물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음식에는 있고 이것이 요리 만화의 특징이다.

초밥을 특화해 '미스터 초밥왕'을 그린 것도 일본인에게 초밥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초밥은 특별한 날 먹는 행복한 음식이고 축제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만화에서 음식 묘사를 잘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

▲(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 초밥을 잘하는 식당에 찾아가 생선 뜨는 법을 직접 보고 질문을 하면서 정보를 얻었다. 또 초밥에 쓰이는 생선을 찾아 지방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한번은 한국 재료를 사용한 초밥 만화를 쓰기 위해 한국 초밥집을 돌아다녔는데 '개불'이라는 해산물로 초밥을 만든다는 정보를 얻었다. '개불'을 보러 곧장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갔는데 실제로 보니 벌레 같이 기괴하게 생긴 것이 수조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SF 만화에 나올 만한 형상이었다.

▲(허) 수집한 정보 중 삼분의 일 정도를 만화에 싣는다. 취재를 다닐 때마다 음식 사진을 많이 찍고 모두 인화해서 수시로 찾아 보고 그림을 그리면 실감 나게 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서로의 작품에 대한 느낌은.

▲(허) 초밥이라는 소재 하나를 갖고 '미스터 초밥왕'을 장기간 연재한 것이 존경스럽다. 저도 처음에 김치 하나로 작품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음료나 술까지 끌어 들여 연재하고 있다.

▲(데) '식객'은 굉장히 굵직하고 깊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비교적 엔터테인먼트적 감각을 갖고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허 작가는 세상을 보는 굵직한 눈을 갖고 있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인 '쇼타'와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작가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데) 쇼타는 성실하나 나는 그렇지 못하고, '절대미각 식탐정'에서 탐정은 여유있고 낙천적이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한 사람 속에는 여러 가지 성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그릴 때는 인물이 갖고 있는 성격 중 한 부분을 강조한다.

▲(허) 나는 성찬과 달리 변덕이 심하고 굉장히 성질 급한 편이다. 또 성찬처럼 음식 잘하지 못한다. 대신 잘 먹는 편이다.(웃음)

--좋은 음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허)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좀 더 적게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잘못하면 지구가 쓰레기로 덮일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끼면서 그림을 그린다.

▲(데) 한 사람의 사는 법과 가치관이 먹는 행위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먹는다는 것은 인격의 일부일 수도 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같이 먹는 이를 배려하고 세계적인 식량 위기와 같은 것도 생각을 해 보면서 음식을 만들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nan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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