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광주시민협, 진보연대, 여연, 민예총 공동 성명 발표

'더민주당, 지역사회 여론수렴 없이 졸속. 음모적으로 추천" 비판 

성명 [전문]

5·18진상조사위원회 조속한 구성과 활동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권은 역사적 소임을 소홀·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5·18항쟁 기간 공수부대 등에 의한 여성 성고문·성폭력 범죄 또한 자행되었다는 국가기관의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사권과 조사 기간의 한계로 인해 17건에 대해서만 피해사례로 드러났지만, 일부 밝혀진 것만 보더라도 천인공노할 만행에 치가 떨릴 뿐이다.

이렇듯, 성폭력 피해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피해당사자에게도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기는커녕, 그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체, 여전히 왜곡 날조와 불순한 폄훼 활동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38년이나 지나고 있는 5·18민중항쟁의 역사적 현주소다. 실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5·18진상조사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있다. ⓒ5.18기념재단 누리집 갈무리


그런데, 시작부터가 문제이다. 아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원회 위원추천 문제로 광주시민과 국민에게 실망과 허탈감만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지 8개월이 지나가고, 법 시행일이 1개월 반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한국당은 위원추천을 미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군 개입설’을 날조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5.18 역사 왜곡을 주도했던 지만원을 거론하는 등 진상조사위원회의 정상적 구성과 활동을 해태·방해하는 모양새이고, 법 시행에 대한 분명한 직무유기를 지속하고 있다.

5·18영령과 그 피해자들을 능멸하고, 위원회 활동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역사적 책임을 짓밟는 발상 자체를 거두어야 한다. 아울러 부적격자를 철저히 가려내고 자질과 역량,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진 인사를 조속히 추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또한,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을 발목 잡고 있는 한국당을 비판하기 전에 낯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올 2월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부터 9/14 법 시행일이 될 때까지 6개월이 넘는 동안 민주당은 도대체 뭣을 했던가?

‘5·18진상규명광주위원회’ 등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한 데 기초하여 위원추천과 위원회의 정상적 출범을 차질없이 해야 한다는 광주지역 민관협의체 의견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일이 임박한 시점까지 허송세월만 보내지 않았던가? 한국당의 늦장추천으로 출발도 못한 현실에 원인제공을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내 ‘위원추천 T/F’를 구성하고 공모절차까지 공표까지 해놓고는, 지역사회 의견수렴, T/F의 논의내용, 공모절차와 기준 등을 깡그리 무시한 채, 민주적 절차와 공정성, 투명성, 최소한의 검증과정도 없이 그야말로 졸속적이고 음모적인 추천으로 끝내버린 것이다.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지역사회 민심은 흉흉하다. 민주당 당직 선거 결과에 따른 특정 인사들에 의한 논공행상의 결과이니, 특정 인사들의 명예욕과 인맥에 따른 로비의 결과이니, 현재까지 추천된 6명 모두가 광주지역 인사인 것을 보면서는 ‘광주형일자리’만 창출했다는 둥 비아냥과 조소, 실망과 개탄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지만원 추천설’과 진상조사 발목 잡는 한국당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향한 비아냥과 실망스러운 민심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추천결과가 한정된 인력풀의 결과인 것인지, 로비정치의 결과물인지, 과도한 지도부의 권한 남용의 결과인지,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광주지역사회조차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겠다는 건지, 실로 답답할 뿐이다.

한국당의 추천지연으로 인해 사실상 올 안에 진상조사위 출범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마냥 늦출 수 없는 절박함이 적다 할 수 없으나, 기왕 늦은 마당에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 이미 추천된 인사들에 대한 재검증을 통해 전문성과 진실규명에 대한 소명의식, 정무적 판단력, 국민적 권위를 갖춘 진상조사위가 구성되도록 민주당과 정치권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이번 진상조사위원회가 역사적 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치권 모두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8. 11. 1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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