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함께하면서~

2018년 10월 18일, 광주에서 최초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놓고 상반된 두 장면의 기자회견이 열린다.

'인권도시'라는 광주의 이름에 맞게 퀴어문화축제를 안전하게 보장하라며 지지의 의사를 밝힌 이들과 '신성한 5.18민주광장에서 퀴어행사가 웬말이냐'는 성명서를 내고 개최 반대를 밝힌 이들...
 

지난 21일 '광주, 무지개로 발光하다'를 주제로 펼쳐진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장에서 한 참가자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광주인


때론 5.18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장소에서 함께 손을 맞잡았을, 때론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위해 거리에서 함께 촛불을 밝혔을 이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다른 의견을 보이게 되었을까.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다. 나는 기독교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목회자의 딸로 자라왔으며, 5.18 민중항쟁이 벌어진 광주에 살고 있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광주 인'이다. 그리고 나는 이성애자이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나란 사람이 퀴어문화축제를 놓고 광주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바라보는 심경은 그러므로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5.18민주광장 도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김향득 작가

 
“5.18 민주광장에 음란축제라니...”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광주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며 나에게 5.18은 아픔이자, 한 켠 자랑스러움이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작품을 읽고 나서 분수대에 물이 터져 나올 때마다 “어떻게 분수대에 물을 틀 수가 있어요. 어떻게“라고 이야기했던 작품 속 여성의 목소리가 함께 떠올라 분수대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저려왔지만 당시 광주시민들이 만들어낸 연대의 공동체, 주먹밥 공동체는 그가 누구든 자랑하고픈 역사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5.18 엄마들이 세월호 엄마들에게’라며 팽목항에 붙여진 프랑카드를 보고는 눈시울이 젖어왔고 그렇게 고통의 연대가 5.18 정신이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 광주에 살아가는 내가 혐오와 조롱의 말들이 넘쳐나는 최근의 상황들을 보며 광주가 진정한 인권도시가 되고, 5.18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경찰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광주인


고립된 섬처럼 외로웠던 5월 광주. 북한에 포섭되어 간첩들이 만든 5.18이라는 가짜 뉴스로 인해 광주 출신이라는 걸 숨겨야 했다던, 2018년 현재도 일베 사이트에서 전라도 혐오와 조롱의 말을 듣는 그런 광주. 그런 광주와 성소수자 문제는 무척 닮아있지 않은가.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역사에 남을 만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환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3판>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심리학회 2009년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치료적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는 "현재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치료는 치료대상자의 우울, 불안, 자살시도 등을 증가시킬 수 있어 그 치료가 오히려 동성애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 내용을 발표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다수는 동성애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각각이 가지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과학적 논리와 논거를 가지고 싸우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기독교 단체와 다수가 주장하는 이야기만이 들려오고 있고, 그런 주장들로 인해 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21일 광주에서 첫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5.18민주광장 풍경. 경찰의 퀴어축재 반대단체 소속 회원들의 축제장 난입과 충돌을 막기 위해 경계라인을 만들고 있다. ⓒ김향득 작가


1968년 4월 4일, 초등학교에서는 ‘이상한 실험’이 진행된다. 교사였던 제인 엘리엇이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목사가 살해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초등학교 3학년, 백인 아이들로 구성된 반. 제인 엘리엇은 갈색과 파란색의 눈동자에는 멜라닌 색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며 갈색 눈을 가진 사람이 멜라닌 색소가 더 많아 더 똑똑하고 더 우월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선명하게 차이가 나도록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의 목에 작은 목도리를 감아 주고 '우월한' 갈색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만 몇 몇 특권을 부여한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한 번도 산수 문제를 어려워하지 않던 파란 눈의 여자아이가 간단한 더하기 빼기 문제를 틀리기 시작했고, 갈색 눈을 가진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얼마 전까지 친구였던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을 둘러싸고 말한다.

 "너는 열등한 아이니깐 우리에게 사과해야 해"

소외와 배제는 빠르게 전염된다.
근거 없는 말이 권위를 가진 이를 통해 전해질 때 그 근거는 신념이 되고, 확신이 된다.

그리고 그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는 이들은 아프다.(1996년부터 2005년까지 출판된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28편의 연구를 분석한 한 논문에서, 이성애자에 비해 성소수자의 자살시도 유병률이 2.5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유병률이 1.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됨.)

우리는 갈색 눈이 우월하다는 저 교사의 말에 얼마나 자유로울까.

광주지역 사회는 “너는 열등한 아이니깐 우리에게 사과해야 해”라고 말하는 저 갈색 눈의 아이들과 얼마나 다를까.
질문은 시작되었다.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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