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정도면 이득...10년후 집값 예측 불투명이 문제
10년간 20-30대 인구감소, 정부 '수요예측 없다' 비난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공공펀드를 조성해 짓는 비축용 임대 주택 아파트는 10년 후 분양전환이 된다는 가정하에 집값이 10년간 최소 23% 이상 올라야 원금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30평형대 임대조건을 토대로 산출한 것으로 집값이 10년간 물가상승률 만큼만 오르면 약간의 시세차익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임대주택의 주 수요층인 20-30대는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자가주택 보유 욕구가 강한 40대는 증가해 수요 불일치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정교한 수요예측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집값 10년간 23% 오르면 본전 = 정부는 공공펀드를 조성해 짓는 비축용 임대아파트 30평형의 평균 건설원가를 1억8천만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2천500만원에 월 임대료 52만원, 10년 후 매각 금액은 2억5천만원으로 예상했다.

4일 건설산업전략연구소가 이를 토대로 10년 후 분양전환을 가정한 투자자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예금 등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10년간 집값이 23% 이상 올라야 본전일 것으로 추산됐다.

보증금 2천500만원을 임대료로 내지 않고 10년간 금리 5%의 은행 예금상품에 묻어둘 경우 원리금(복리)이 불어나 4천72만원, 매월 납부할 52만원의 임대료는 은행에 두면 10년 후 6천539만원이 된다.

즉 10년간 임대주택에 사는 순수 비용은 보증금 2천500만원과 월 임대료 52만원씩 총 8천740만원이 들지만, 기회비용(은행 금리)을 감안하면 총 1억611만원(4천72만원+6천539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는 공공펀드 수익률을 6%로 맞춘다는 가정하에 10년 후 이 집을 2억5천만원에 분양할 계획이다. 이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2천500만원)을 뺀 2억2천5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10년간 투입된 1억611만원까지 합해 총 3억3천111만원에 이 집을 장만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경기, 인천의 30평형대 아파트 평균 평당가는 875만원. 30평대 아파트 시세를 약 2억7천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집값이 매년 물가상승률 수준인 3%씩만 오른다면 10년 후 시세는 3억6천300만원(누적 34.4% 상승) 선이다.

이에 따라 총 투자금액 대비 3천200만원 정도 이득이 예상된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더라도 최소한 10년간 23% 정도 상승해야 주변 30평대 아파트가 3억3천220만원이 돼 손해는 보지 않는다. 결국 비축용 임대아파트의 수익 여부는 집값 변동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난 한해 전국 아파트값이 13.8%가 올랐지만 외환위기 때는 1년에 13%나 빠지는 등 10년 후 집값이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라며 "집값이 오르면 분양전환 받는 게 이득이지만 떨어지면 포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요예측 논란 확산 = 한편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비축용과 국민임대 등 장기임대주택 260만가구를 추가 공급키로 한 것에 대해 정확한 수요 예측없이 나온 섣부른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인구 추이를 보면 20대는 2006년 755만명에서 2017년 653만명, 30대 인구는 853만명에서 742만명으로 각각 감소하는 반면, 40대는 지난해 828만명에서 2017년 833만명으로 증가한다. 임대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20-30대는 감소하고, 주택 교체세대이면서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은 40대는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섬세한 수요예측 없이 임대물량 확대에만 치중해 재정만 축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수가 많은 71, 72년생이 5-10년 후 40대가 됐을 때 얼마나 임대수요로 흡수될 지가 관건"이라며 "주택이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확실히 바뀌지 않은 한 쉽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도 "임대주택의 주 수요층인 20-30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임대물량을 무조건 늘리는 것만이 능사인지 의문"이라며 "공급 목표 달성에 급급해 수요가 없는 외곽지역에 짓는다면 빈집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말 그대로 '비축용 임대'는 집값 급등시 팔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어서 매각 시점이나 세입자 우선 분양전환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것도 수요자를 찾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형 임대아파트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 한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 국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보증금 2천500만원, 월 임대료 52만원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월 250만-300만원 정도로 소득 5-7분위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임대정책은 기본적으로 1-4분위 정도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중대형까지 정부가 재정 부담을 져가며 지원하는 게 바람직 한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보살펴야 할 저소득층 지원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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