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재경팀 = 여야가 오는 5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지만 줄줄이 대기중인 경제관련 법안들의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임시국회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사태 등으로 인해 정국이 혼란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제관련 법안들은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선정국을 맞은 정치권이 이해득실을 앞세워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할 경우 또다시 정치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중인 경제법안 산적
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들은 국가회계법, 자본시장통합법, 경제자유구역법, 통계법, 공정거래법 등 줄잡아 10여개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모두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과 여건의 변화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또 지난 해부터 정부가 마련한 기업환경개선대책이나 서비스산업 경쟁력제고 방안 등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법들도 있어 관련법의 제.개정이 늦어지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작년 말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은 끝에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안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여야 간, 심지어 여당 내 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출총제 적용 기업집단 지정은 늦어도 오는 4월 중순까지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하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8개월여에 걸쳐 마련한 개편안은 물거품이 되고 현행 출총제가 그대로 다시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자본시장통합법도 증권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수 년 동안 준비해온 법이며, 요동치는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그동안 줄줄이 발표됐던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들도 시급히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과 관련해 그동안 발표된 `11.15대책', `1.11대책', `1.31대책' 등에서 제기된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 임대주택 활성화 등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법과 택지개발촉진법, 부동산가격공시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도 통과돼야 한다.

◇제대로 통과될까..공정위 비상계획 마련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제 관련 법안들이 제대로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비상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른바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시행령 만이라도 신속하게 개정해 4월 출총제 지정 전까지 출총제 완화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출총제가 적용되는 기업집단의 요건(자산규모 6조원)이 시행령 규정사항이므로 이를 10조원으로 높여 적용대상을 줄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출총제 적용대상은 현재 14개 집단의 343개 업체에서 동부와 현대, CJ, 대림, 하이트맥주 등 5개 집단이 빠져 9개 집단의 225개사만 출총제 적용을 받게 된다.

공정위가 이런 비상계획까지 마련해놓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심사와 통과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어렵게 마련한 개정안인 만큼 법의 안정성과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지만 솔직히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번 임시국회의 회기 중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를 계기로 당내 의원들의 도미노식 탈당사태가 발생하면 원내 제1당의 지위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국회 운영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연될수록 경제엔 먹구름
경제와 민생 관련 법안들이 애초 일정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하강국면에 진입한 국내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대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의 여전한 불안감과 가계부채나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등 각종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경제정책이 표류하는 가운데 `표몰이'를 위한 장밋빛 공약들이 난무하게 되고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를 미루게 되면서 자칫 경제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안감을 털고 투자에 나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정치권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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