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 전라도 1000년 기념전
국립광주박물관, 전라도 1000년 기념전
  • 조현옥 편집위원
  • 승인 2018.10.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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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羅千年-전라도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 특별전 개최

왕궁리 출토 금동여래입상, 조선왕조실록 등 250여점 출품
오는 23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은 전라도 정도 1000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특별전 <全羅千年-전라도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을 개최한다.

오는 23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라도라는 지역공동체를 바탕으로 천년의 삶을 일구고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우며, 더 나아가 나라를 지키며 유구한 천년의 역사를 함께 한‘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자리이다.
 

전라남북도 여지도.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호남지도.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전시에는 왕궁리 출토 금동여래입상(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왕조실록(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보 5점과 선조 하사 서산대사 교지 등 38점의 보물을 포함한 250여점의 유물이 출품될 예정이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전라도 정도 천년의 역사적 근거가 되는 사실이 실린 󰡔고려사󰡕부터 시작한다. 이후 우리 땅 전라도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조선지도를 통해 전라도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본다.

보물 제1588호 호남지도(규장각 소장)와 함께 영남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전라남북도여지도>의 53개 군현도가 전시된다. 역사의 부침 속에 정치적 사건으로 행정구역이 변하는 모습과 함께 사회경제의 다양한 면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왕궁리 출토 금동여래입상.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봉림사지 석조보살상.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2부는 전라도가‘전라도’라 불리기 이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원 전후 역사를 시작한 광주 신창동 유적 출토 인골은 전라도 사람들의 실체적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이후 고조선의 준왕, 마한의 여러 소국, 전라도 지역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실제적 지배체제를 이룬 백제, 그리고 전라도에 왕도의 꿈을 담은 백제의 무왕까지 이 땅에 새로운 문명이 더해져 가는 과정도 살펴본다.

이후 전라도는 삼국이 통일된 신라시대를 지나 후백제 건국으로 다시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꾼다. 전시에 출품된 완주 봉림사지 석조보살상(전북대박물관 소장)과 익산 왕궁리 5층 석탑 출토 금동여래좌상(국보 제123호) 등은 찰나의 왕조, 즉 후백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3부는 전라도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이 땅에는 왕조의 수도가 자리한 적이 없었다. 대신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혁적이며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눌知訥(1158~1210)과 요세了世(1163~1245)는 타락한 정치계와 결탁한 기존 불교의 개혁을 외치며 순천과 강진에서 활동하였다. 전주의 유학자들은 󰡔예기󰡕에서 말하는‘대동大同’사상에 주목하여 새로운 신분 질서의 정립을 꿈꾸었다.
 

현자총통.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이순신 장군 초상화.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19세기 말, 정읍의 녹두장군은‘다시 사람이 하늘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일어나 싸웠다. 전시에는 지눌의 비문과 수선사중창기가 실려 있는 수선사형지기修禪社形止記(송광사성보박물관, 보물 572호), 정여립(1546~1589)의 이야기가 담긴 송강 정철(1536~1593)의 묘지墓誌(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동학농민군의 임명장과 명단(동학농민혁명기념관) 등이 출품될 예정이다.

4부는 전라도와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때로는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때로는 대의명분을 따라, 이 땅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전장에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임진왜란 당시 불살계不殺戒의 계율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나간 스님들이 있었고, 왕에 대한 충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유생 의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말 빼앗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나선 이름 없는‘사람들’도 있었다.
 

송강 정철 묘지.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전라도 땅에 보관되고 있었던 조선왕조의 역사인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하여 밤낮없이 불침번을 선 수직守直 유생 안의(1529~1596)와 손홍록(1537~1600)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5부는 전라도를 유행遊行한 외지인들의 기행문과, 전라도를 그린 전라도 출신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라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을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천년의 세월 동안 절의節義와 도학道學에 뿌리를 둔 전라도 사람들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며, 함께 하는 공동체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꿈꾸었다.

이 땅에 뿌리내린 의기義氣의 정신은 최근의 민주화운동까지 이어진 생생한 역사의 정신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전라도의 천년을 지켜온 사람들의 숨결을 이어 다시 앞으로 도약하게 하는 돌아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편, 전라도는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 현종 9년(1018)에 옛 백제의 땅이었던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陽道를 합쳐 만든 행정구역이다. 이 지역은 목牧이 설치된‘전주’와 ‘나주’를 중심으로 하는 여러 군과 현을 묶어‘전라’도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 땅은‘전라도’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온갖 물산이 풍부하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글자그대로 온전하고(全), 비단결 같은(羅) 곳이었다.
 

전라천년 특별전 포스터.


반면에 아름답고 풍요로운 전라도는 바다와 넓게 면하고 물길이 잘 발달하여 외적이 침입하면 나라의 어느 곳에서도 쉽게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에‘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전시 기간 중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야간개장에는 이번 특별전의 내용을 주제로 한 큐레이터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

이달 22일 오후 3시 반부터 열리는 전시 개막식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강정열,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59호 김은숙,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박애숙의 가야금 병창이 식전 공연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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