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이념 및 정체성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면서 각 대선주자 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념 문제는 `후보검증' 문제와 함께 향후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지율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작년 7.11 전당대회 때 이재오(李在五) 현 최고위원이 줄곧 우세를 유지하다 막판에 강재섭(姜在涉) 대표에게 역전패 당한 데는 '대선주자 대리전'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념 논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대 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측은 정체성 논란과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섣불리 휘말려 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것.

특히 원희룡(元喜龍) 고진화(高鎭和) 의원에 의해 이념공세의 `배후'로 지목된 박 전 대표 측은 "`이념공세 기획설'을 제기한 두 사람의 저의가 불순하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캠프 일각에선 두 사람이 자력으로 `인기몰이'를 못하니까 박 전 대표를 의도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근 의원은 "이번 일은 우리와 무관하며 개입할 생각도 전혀 없다"면서 "설령 이번 일로 싸움을 해서 우리가 100% 이긴다 하더라도 손해가 되는 게임인 데 우리가 뭣 하러 하겠느냐. 어떻게 보면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역(逆) 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이념논쟁에서 한 발짝 비켜 서 있는 이 전 시장 측은 정체성 논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심 측근은 "지금은 그런 정체성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경제를 챙기고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행보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캠프에서는 원희룡 고진화 의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측근 인사는 "이념.색깔 논쟁으로는 집권의 필수요소인 외연 확대가 어렵다"면서 "외연을 넓히려면 보수에 안주하지 말고 건전한 진보와 중도세력을 아울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경선포기' 발언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원 의원은 4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키로 했다. 이념논쟁은 대선주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지율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체성 공방이 격화될 수록 주자 간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유불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 보다는 보수 색채가 강한 박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싸움에 연루된 것처럼 비쳐지면서 보수색이 더욱 두드러져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정통 보수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나면서 박 전 대표가 상대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여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상대적 반사이익을, 그동안 여론의 관심권 밖에 있던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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